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조감도 (자료=한국수력원자력)
현대건설이 다시 열린 국내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글로벌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주택 경기 침체에 따라 국내 주택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고 플랜트 및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포스코이앤씨)가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의 낙찰자로 선정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내 지분율은 현대건설이 55%이며 두산에너빌리티와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35%, 10%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를 따내기 위해 원전 사업 실적을 다수 갖춘 건설사와 경쟁을 벌여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GS건설·DL이앤씨)과 대우건설 컨소시엄(SK에코플랜트·금호건설) 등 원전사업 강자와 맞붙은 끝에 사업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에도 두산에너빌리티와 2조 3381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해 원전 관련 사업 수주에 다시 성공한 것이다. 현대건설이 착공한 신한울 1·2호기 이후 12년 만에 국내 대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사가 재개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이 이번에 확보한 수주금액은 약 1조7158억원이다. 3분기 별도 기준 플랜트·전력 부문 수주 잔고에서 약 11.6%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사 기간이 10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 기준 매출 기여도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목표로 원전 시장 공략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1년만에 국내 대형 원전 사업에서 속속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플랜트사업본부 소속 신에너지 관련 부서를 독립시켜 '뉴에너지사업부'를 신설했다. 뉴에너지사업부 산하에는 원자력사업실을 배치해 원전 사업을 전담토록 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원전 사업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 3분기 연결기준 건축/주택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7%로 절반 이상이다. 현대건설이 지난 3년 간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한 금액만 20조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경기 활황에 주택 사업 수주 잔고를 늘렸으나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매출원가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에도 누적 연결기준 매출원가율은 92.4% 수준으로 높았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도 93.9%로 더 늘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9조3000억원 가량이었으나 올해는 3조216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리하게 주택사업 수주를 더 늘리기보다는 원전사업을 비롯해 해외 플랜트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주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사업 다각화와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해 차세대 원전사업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글로벌 원전사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건설의 원전 사업 확대와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연구원은 이번 현대건설의 신한울 3·4호기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유럽과 중동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계획중인 원전 사업 시공사로 참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