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내년에도 '리딩금융'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까. '리딩뱅크'를 넘어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고군분투가 한창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4분기 7778억원을 포함, 2023년 한 해 동안 5조12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과 라이벌인 신한지주의 올 한해 당기순이익은 4조8597억원으로, KB금융에 비해 약 2600억원 부족할 것으로 관측됐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 동안 신한지주는 순이익 기준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에는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한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가 2018~2019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힘입어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이후 2020~2021년에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KB금융이 다시 1위를 차지했고, 2022년에는 신한이 다시 근소한 차이로 KB금융을 눌렀다. 다만,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매각이익(세전 4438억원)이 포함된 1위여서 지난해 성적은 '막상막하'였다는 평가다.
엎치락뒤치락 1위 싸움은 올해 KB금융의 승리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KB금융의 높은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타 금융지주와 달리 KB금융은 은행·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가 6대 4로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사업 부문이 모두 업계 상위권 경쟁력을 유지 중이다.
KB금융의 내년 당기순이익은 올해보다 3.9% 상승한 5조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신한지주의 경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순이익 5조원 돌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내년도 실적이 증권가 전망치대로 흘러갈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려해야 될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업계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원금손실 발생구간에 들어간 금액은 약 5조원인데 상당부분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할 예정이다.
원칙대로라면 고객의 손실로 마무리짓고 넘어갈 일이지만 '불완전판매' 이슈에 감독당국이 돋보기를 들이대고 조사 중인 점은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소송과 보상으로 이어질 경우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수 있다.
KB금융의 핵심 경쟁력이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내년 부동산 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점은 영업상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에 올인하는 신한지주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신한금융은 산하 은행, 증권,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5개사 금융앱의 핵심 기능을 결합한 '신한 슈퍼SOL'을 18일 출시했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은행장 시절부터 금융의 디지털화를 강조해왔다. 신한은행이 2021년 출시한 배달앱 '땡겨요'가 진 회장의 대표 작품이다. '슈퍼SOL'은 어쩌다 갑자기 나온 앱이 아니라, CEO가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무기'에 가깝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금융플랫폼 이용자 수는 KB금융이 2600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신한금융이 이번에 슈퍼SOL을 출시했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순수 경영 요소 외에도 상생금융 등 변수가 많은 만큼 내년도 실적 전망이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자료=SK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