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위험성을 환기시켰던 나이스신용평가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우려가 현실이 된 현 시점에서는 다시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중 브릿지론 관련 손실이 확대되겠지만 경제시스템을 뒤흔들 정도의 경착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초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부동산 PF에서 약 1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무덤덤해진 시장의 분위기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후 시공능력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이 본부장의 경고는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올 한해 부동산 PF 문제의 경로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근거는 총 3가지를 들었다.
우선 작년 4월부터 가동 중인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질서 있는 부실정리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만기연장이 되도록 함으로써 선순위 채권자가 독단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키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다음으로 금융회사들이 브릿지론 만기연장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유상증자, 순이익 시현, 충당금 적립을 통해 부실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 중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은 1조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했고, 1~9월 8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사업진행이 장기간 지연된 브릿지론이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돼 충당금으로 소화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경착륙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금융당국이 즉각 정책을 동원한다는 점을 들었다. 금융당국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발생 직후 단기간에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강력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보여준 바 있다. 무질서하게 위기가 확대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이 본부장은 "이미 알려진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고, 예측할 수 있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며 사태 악화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다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므로 모두가 행복하게 끝날 수는 없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과도한 위험투자를 했으나 유상증자와 충당금 적립을 할 능력이 부족한 일부 금융회사는 손실확대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상황능력이 악화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는 유상증자와 충당금 적립을 통해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