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5.10.20(사진=연합뉴스)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금산분리 완화’ 이슈와 관련, 여야 의원들 간 극명한 입장차가 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제조업 강국이지만 산업·금융·디지털 간의 융합이 제도적으로 차단된 거의 유일한 OECD 국가”라며 “금산분리는 산업의 금융 지배 방지를 위한 규제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혁신투자 선순환을 막는 시대착오적 걸림돌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금산(금융-산업), 은산(은행-산업), 금가(금융-가상자산) 3중 분리 규제가 기업의 혁신 투자와 코스피 5000으로 가는 자본시장 성장의 방해 요소”라며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금산분리 현대화 로드맵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이억원 위원장은 “지금은 대규모 투자와 산업경쟁 체제로 변하면서 제도의 합리화나 개선이 필요한 때”라며 공감을 표하면서 “제도의 기본원칙은 지키되 실용적인 방법으로 현실적 애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 금지를 실용적으로 완화할 방안과 핀테크 분야 등의 지분투자 등은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며 “공정위 등 관계 부처와 함께 협의해 실용적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가 시행되려면 수많은 법을 다 건드려야 한다”며 “심각한 주제라는 것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기획재정부 후배인 이 위원장에게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자칫 정부가 실제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추 의원은 이어 “대기업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니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금융위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 하라는 취지로는 이해하지 않는데 법령 개정 검토 계획이 없다고 이해하면 되느냐”고 질의했고, 이 위원장으로부터 “예. 맞습니다”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금산분리’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립된 원칙이다. 주로 금융위와 공정위 소관 법령에 반영돼 있고, 재벌 폐해 문제를 지적해 온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옹호해 ‘불가침 정책’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만난 자리에서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점을 언급하며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김용범 정책실장 역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조 원을 벌지만 투자금도 천문학적”이라며 “자금 조달 숨통을 트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군불을 지폈다.

바통을 이어받아 여당 의원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야당 의원의 견제를 받아 일단은 법 개정 불가의 ‘신중론’에 힘이 실렸다.

다만, 재벌 개혁 이슈를 주도해 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고, 산업자본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지난 30여년 간 보기 힘들었던, 낯선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