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40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김도영 감독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데 늦은 것은 없다고 여겼다. 김 감독은 대신 느리지만 천천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큰 욕심은 없다며 겸손함을 보인 김 감독이지만,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그의 다음 방향은 어디일지 궁금하다.
연극, 영화 분야에서 배우로 꾸준히 활동한 김 감독은 2012년 단편 영화를 만들며 연출 분야에 도전했다. 연기보다 연출이 더 맞는 옷이라고 느낀 김 감독은 40대 중반 영화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영상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을 연출로 들어갔다 연기를 하게 됐다. 단편은 나중에 찍게 됐는데, 처음 찍을 때 편안했다.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연기할 때 예민해지는 데 연출을 할 때 편안하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연극을 오래 해서 이야기나 서사에는 익숙하지만, 영화는 영상이라는 표현 방식이 있다. 영상의 원리 같은 걸 알고 싶어 학교에 들어갔다. 많이 공부가 됐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좋은 스태프들이 있어 다행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은 ‘82년생 김지영’에서 단절된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김지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출근해야 했던 대현의 동료 이야기는 김 감독의 경험이기도 했다.
“육아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촬영을 할 때도 있었다. 글을 쓸 때는 당연히 아이를 돌보며 했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는 데리고 학교에 간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뒤늦은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나이 들어서 도전을 하게 돼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나이가 들면서 쌓인 경험과 내공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담담한 ‘82년생 김지영’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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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이번 영화를 했으면 조급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 대한 큰 야망이 있거나 엄청난 결과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면의 소리가 원했기 때문에 하게 된 거다. 대단히 높은 위치보다는 삶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 발이라도 내딛으면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스스로가 잘 알고, 직접 겪은 이야기들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믿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천천히 시작하고 싶었다. ‘82년생 김지영’ 이전, 단편 영화 ‘자유연기’에서도 평범한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호평받았다.
“‘자유연기’는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담았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찍었다. 그 작품 때문에 이번 작품도 맡게 됐다. 출발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로 출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의미도 있고, 한걸음 첫발을 내딛기에도 좋은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가 오롯이 들어간 진심 어린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 감독은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말부터 찾겠다는 뚝심 있는 태도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어느 위치에 있던지 지영이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다. 내 말을 찾아서 오롯이 전달하는 영화들을 하고 싶다. 현재로서는 ‘82년생 김지영’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파생시키는지 궁금하다. 그걸로 가득 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