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당 카메라는 하프카메라로 24컷을 48컷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기사에서 언급된 카메라는 아니다.
24컷을 찍을 수 있는 필름 4통과 일일이 수동 조작해야 하는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가던 때가 있었다. 3박 4일 동안 나와 친구, 그리고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기회는 모두 96번뿐이었다. 한 장의 사진이 소중했기에 찍을 때마다 신중했다. 바로 확인할 수도 없으니, 카메라는 ‘찍어 본 놈’ 손에만 있었다. 그렇게 찍고 인화해 보면 성공률은 대략 60~70% 정도였다. 대략 30장 정도가 B컷도 아닌 C컷으로 남는 셈이다. 그렇게 어렵게(?) 찍은 사진들은 현재 어마어마한 추억으로 남았다.
지금도 여행을 가면 당연히 다양한 사진을 찍는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무거운 카메라와 필름 대신 가벼운 카메라 혹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촬영이 거의 무제한이다. 포즈가 신중할 순 있어도 찍는 이의 신중함은 과거에 비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여러 번 찍어서 잘 나온 것을 골라내고, 추후 어플로 보정작업까지 하면 완벽한 여행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 방송인 이상민이 셀카에 대해 “100장 찍어야 한 장 건진다”라는 말을 한 것처럼 여행지에서도 이러한 촬영 기법(?)은 굉장히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 여행자들을 보면 수년 전부터 뭔가 이상해졌음이 느껴졌다. 여행을 온 건지, 촬영을 온 건지 헷갈리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즉 자신이 찾은 해당 공간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 공간이 배경이 된 자신의 모습이 중요한 것이었다. SNS의 발달로 이는 더욱 가속화(?)된 듯 싶다. 그러다보니 차분하게 여행지를 둘러보려는 이들까지도 피해를 입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거나, 위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SNS용 사진’을 위해 과감하게 ‘목숨’ 거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신기한 것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그리 잘 보관하는 이들도 드물다는 것이다. SNS용 사진 몇 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관리가 안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여행지에서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그 대가로 그 여행지에 대한 이해를 포기했는데, 정작 그 추억은 대거 사라진 것이다.
과거 사진이 귀하던 시기에는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이 있었다. 여행을 갔던 추억들이 시간이 지나 희미해질 무렵, 그 사진을 다시 꺼내들고 추억을 소환하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추억을 쌓을 시간을 덜어내니 “사진만 남았다”이거나 “사진도 없다”로 이야기할 수 있다.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것이 흔해졌으니, 오히려 함부로 대한 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1테라 외장 하드에 그 많은 사진을 그냥 쌓아놓고 또 외장 하드를 산다는 친구의 문자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