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홈페이지 전면 개편을 앞두고 주요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중단이 예고되면서 지방에서 일시에 대단지 공급이 쏟아진다. 다만 지방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미분양 적체로 시름하고 있어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입지와 가격에 따라 양극화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6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에서 청약 접수를 받는 총 5499가구(공공지원민간임대·주상복합 포함, 행복주택 제외) 중 지방의 비중이 89.5%로 확인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공공지원 민간임대, 47가구) ▲'휴먼빌 일산 클래스원'(일반분양, 529가구) 등 총 576가구만이 청약 접수를 받는다.
반면 지방에서는 대단지 규모 공급이 잇따른다. 공급 단지는 ▲'송암공원 중흥S-클래스 SK VIEW'(1575가구) ▲'서신 더샵 비발디'(1225가구) ▲'힐스테이트 두정역'(997가구) ▲'제주 중부공원 제일풍경채 센트럴파크'(653가구) ▲'상무 양우내안에 퍼스트힐'(57가구) ▲'울진후포 오션더캐슬'(123가구)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293가구) 등이다.
이번주 지방에서 대규모 물량이 청약 시장에 풀리는 배경에는 내달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개편이 있다. 청약홈 개편에 따라 내달 4일부터 22일까지 신규 분양 모집공고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분양 일정이 미뤄진다면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맞물리면서 분양 관심도와 흥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지방에서의 대규모 공급은 더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으로 분양이 밀렸지만 재무적인 부담을 계속 안고갈 순 없는 실정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어 분양 일정을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은 상황"이라며 "다만 일정을 유동적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단 분양의 물꼬가 트였지만 지방에서의 청약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모양새다. 미분양 물량이 여전해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2458가구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약 84% 수준이다.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은 가운데 수요자들의 지방 청약 기피 현상은 고조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청약건수 102만1502건 중 수도권이 66만3068건을 차지했다. 수도권 비중이 전체 59%에 달한다. 직전년도 41만4652건에서 24만8416건(60%)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지방은 지난해 46만5472건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한편 청약시장 한파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지방에서 공급한 주요 단지 중 한 곳인 전남 광양시 '더샵 광양레이크센텀' 1회차는 706가구 모집에 206건만 접수되면서 대부분 단지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강원도 '강릉 유블레스 리센트'는 218가구 모집에 33건, 충남 '홍성2차 승원팰리체 시그니처'는 292가구 모집에 단 2건만을 접수 받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달 말에는 그동안 계속 일정이 밀려있던 단지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지방은 미분양 우려가 비교적 높고 수요자들 입장에서 관망세가 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교통호재나 산업단지 호재를 누릴 수 있는 단지는 좋은 성적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청약 시장은 높은 가격 민감도와 함께 브랜드나 입지 등에 따라 양극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