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한다. 국내에선 앙상블 배우들을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주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창작뮤지컬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일등공신은 앙상블이다. 최근 진행된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도 앙상블 부문의 수상 팀으로 호명되면서 그 위상을 입증했다. 당시 이들은 “단 한명의 영웅을 위한 무대가 아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우리의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작품 속 메시지처럼 그들의 작은 외침이 관객 여러분에게 와 닿았기에 상을 받게 된 게 더욱 기쁘고 의미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이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했던 ‘법칙’을 과감히 깨버렸다. 김은총 안무 감독은 “이 작품 하면서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 다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안무를 선보일 때 주인공이 중앙에 서고 앙상블이 뒤에 서는 그간의 뮤지컬을 따라가지 않고 ‘자리’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이런 작은 변화 덕에 배우들의 호흡은 더욱 단단해졌고, 앙상블 배우들에게도 관객들의 시선이 머물게 됐다. 특히 임금 역을 비롯해 극의 곳곳에 스며든 주민우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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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주민우’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주민우입니다! 어릴 때 춤을 추기 시작했고, 친구 따라 노래 학원도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가 됐네요?(웃음) ‘마틸다’ ‘킹키부츠’ ‘나폴레옹’ ‘오! 캐롤’ ‘페스트’ 그리고 이번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등에 출연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랍니다.
Q. 이번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요?
A. 사실 ‘스웨그에이지’ 작곡가인 이정연과 공군 군악대 선후임 사이에요. 저는 부대의 보컬병을 맡고 있었고, 후임인 정연이는 기타병으로 들어왔죠. 음악적 코드가 잘 맞아서 음악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전역 후에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중 ‘스웨그에이지’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받았어요. 정연이는 ‘우리가 군 시절에 했던 얘기처럼 드디어 같이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Q. 오디션은 결과는 만족했나요?
A. 저는 쇼케이스 버전의 영상을 정연이 작업실에서 봤었고 고향이 대구라서 사투리를 쓰는 호로쇠 역을 준비를 했었거든요. 자유연기를 본다고 해서 부랴부랴 준비해 오디션에 들어갔는데, 잘 알고 친한 사람이 그곳에 있으니 오히려 더 긴장이 되더라고요. 자유대사를 두 문장정도 했는데 다음 대사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백지가 됐어요. 결국 자유연기가 아니라 즉흥연기가 된 셈이죠. 하하. 이후 연출님이 사투리 연기를 시켰는데, 즉흥적으로 엄마랑 통화하는 연기를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결과가 좋았으니, 지금 이 자리에 제가 있는 거겠죠?(웃음)
Q.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시나요.
A.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배우는 한결같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사실 배우라는 것도 직업의 하나잖아요. 아직은 그런 적이 없지만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같은 공연 속에서 같은 노래, 같은 장면, 같은 춤을 수십 번 반복하다보면 가끔 매너리즘이 올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컨디션이 항상 같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한결 같이 집중하고 좋은 에너지를 관객분들에게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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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주민우는 작품에서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선왕인 아버지를 잃고 왕위에 오르게 된 임금 역을 연기한다. 아버지처럼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었으나 실권을 가진 시조대판서 홍국과 그의 편인 대신들에게 눌려 그 뜻을 잘 펼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임금 역으로 나오지 않을 때에도 쉬는 법이 없다. 백성 역부터 무사, 시조자랑대회 참가팀인 청산 아이들 서울의 시조꾼으로 등장한다. 특히 시조자랑대회 참가곡인 ‘청산별곡’은 후임이자 이번 작품의 작곡가인 이정연이 선임인 주민우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의미를 더했다.
Q. 뮤지컬에서 앙상블이 하는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연기하면서 상황이나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또 그림의 한 요소로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앙상블의 실력과 에너지가 공연의 퀄리티를 좌우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앙상블 배우로서의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아무래도 체력관리가 가장 힘들죠. 질병이나 부상 관리가 가장 힘들고, 신경쓰는 부분이에요. 또 한 장면이 끝나자마자 다른 장면에서 다른 인물로 나가야 하니, 의상이나 정서를 한 순간에 바꿔야 하는데 그것도 체력소모가 굉장해요. 하지만 저희가 힘들 수록 보는 분들은 재미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Q. 앙상블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 것 같나요.
A. 그래도 요즘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앙상블이 단역과 백업의 개념이 아닌 작품을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미래의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아, 아쉬운 점은 있어요. 작품을 위해 노력하며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당당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이 미지급에 대한 사례가 아직도 일어나는걸 보면 너무 속상하고 꼭 법적으로도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백성들의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시조 활동이 역모 사건으로 금지되고 이후 15년 만에 조선시조자랑이 열린다. 이런 조선에서 탈 속에 정체를 감추고 악행을 파헤쳐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조직된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대회를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공연은 지난 6월 18일부터 8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했고, 2020년 2월 앙코르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