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삶이 될 때' /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촉망받던 25세 예비 의사가 희소병 선고를 받고 스스로 치료법을 찾아 극복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그린 자전적 에세이다.
뇌종양으로 일찍 어머니를 여읜 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의대에 진학한 저자는 산부인과를 끝으로 6개월간의 순환 실습을 마쳤을 때 샤워를 하면서 사타구니 근처에 솟아오른 림프절을 발견했고 이어 아무리 해도 사라지지 않는 피로감과 복통, 구역질에 시달렸다.
고통을 참아가며 마무리 시험을 치른 그는 응급실로 향했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회복하기를 반복한 끝에 3개월 만에 희소병인 '캐슬만병' 진단을 받게 된다.
그는 이 병의 최고 권위자를 찾아가 치료법을 의논하고 당시까지 적용되지 않던 일곱 가지 화학요법 약물을 섞어 한 번에 대량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병 치료도 치료지만 희소병 연구에 보탬이 되고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치료법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일종의 실험체로 삼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동안 캐슬만병의 진단 기준과 치료사례들을 모으고 연구자와 의사, 환자간 네트워크를 설립하는 작업도 주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강을 회복한 그는 지금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최연소 교수이며 긴 투병의 와중에도 기다려준 아내와 두 살배기 딸을 둔 가장이기도 하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저자가 처한 상황은 '끝난 이후에도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몽롱한 고통의 시간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생을 '연장전'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설령 재발한다고 해도 내게는 어떤 회한도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희망과 삶을 추구하는 이 여정의 모든 순간을 즐길 것이다"라고 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