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사진=넥슨)
국내 게임사들의 개발 방향성이 소규모 스튜디오를 여럿 설립해 다작을 개발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게임을 다수 선보이기 위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은 소규모 독립 스튜디오 및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다. 숙련된 개발자를 중심으로 소규모 팀을 꾸리고, 개발 자율성을 보장해 참신한 IP를 만들어낸다는 전략이다.
해당 방식은 보다 적은 자본으로 개발에 들어가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빠르게 철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 과정 중 발생하는 변경사항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MMORPG와 같은 기존 대규모 프로젝트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적은 셈이다.
넥슨의 민트로켓이 개발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표 사례다. 이 게임은 지난해 6월 출시된 후 글로벌 누적 판매량 300만 장을 넘겼으며, 9만여 개의 스팀 게임 리뷰 중 97%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최초로 글로벌 게임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Must Play(머스트 플레이)'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20여 명의 인원이 2년의 기간을 거쳐 완성된 게임이다. 이는 수백 명의 개발자가 3~4년간 투입되는 기존 개발 공식과는 대조적이다. 해양 탐사와 초밥집 운영을 결합한 참신한 재미만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못지 않은 성과를 낸 것이다.
매출보다는 재미와 참신함을 중요시하는 민트로켓의 철학이 게임 개발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차기작으로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다수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제2의 '데이브 더 다이버'를 발굴하기 위해 파격적인 개발 조건을 내부방침으로 내걸었다. 100억원 미만의 중소형 게임 프로젝트는 성과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오직 재미와 참신함을 보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르와 소재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엔씨소프트 또한 소규모 개발 팀 확대에 나선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바르코'를 활용해 단순 작업을 줄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는 개발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김택진 공동대표는 미디어 간담회에서 소규모 개발팀의 창의성 제고를 위해 전사 차원의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는 주력인 MMORPG 개발을 유지하면서도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나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슈팅 게임 '프로젝트 LLL' 등 색다른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크래프톤 또한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내세워 적극적인 IP 확대에 나서고 있다. 본사는 게임 퍼블리싱 및 관리에 집중하고, 독립 스튜디오가 개발을 담당해 참신한 IP를 발굴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본사 개발 조직을 분사시켜 AI 전문 게임 제작사 렐루게임즈, 소규모 프로젝트 전문 자회사 플라이웨이게임즈 등을 설립한 바 있다.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5민랩이 지난해 8월 출시한 '킬 더 크로우즈' 또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게임은 출시 40여일 만에 스팀 게임 리뷰 500여 개 중 96%의 긍정 평가를 받아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기록했다. 단 3명의 소규모 개발팀이 7개월 간 개발한 저예산 캐주얼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