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수준의 주가 차트를 그리고 있는 실리콘투와 삼양식품이 묘하게 닮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인 두 기업이 최근 각 업종의 대표주로 떠오른 가운데 증권사들은 이들의 향후 성장폭에 대해 예측하기를 아직 주저하는 모습이다. 부랴부랴 전망치를 수정하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전망 자체를 망설이는 곳들도 있어 이들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리콘투의 1개월 수익률은 188% 수준이다. 3개월간 상승폭은 326%. 지난 2월 1일 7740원이었던 주가는 29일 장중 4만10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삼양식품 역시 음식료 기업 주가 차트의 상식을 깼다. 한달간 90% 오른 삼양식품의 3개월 수익률도 210%까지 뛰었다. (사진=실리콘투의 해외법인 진출 현황. 실리콘투 홈페이지) ■ 해외 시장서 폭발하는 성장성 두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환호’를 받고 있는 공통된 이유는 각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확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 유통업체인 실리콘투는 500여개 이상의 브랜드를 200개 이상 국가에 도소매로 판매 중이다. 중소형 화장품업체들이 해외 각지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채널 플랫폼으로 이들의 실적이 확대되는 만큼 실리콘투 역시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실리콘투의 각 국가별 매출 비중은 ▲미국 31.58% ▲네덜란드 7.65% ▲인도네시아 5.17% ▲말레이시아 4.8% ▲호주 4.35% ▲캄보디아 4.13% 등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 역시 삼양아메리카에서만 무려 5650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율만 83%를 달성했다. ■ "어디까지 가는거야?" 증권사 투자의견 등 제시 '주춤' 하지만 각 증권사들의 분석은 오히려 이를 후행한다. 실리콘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1일 실리콘투에 대한 목표주가로 1만5500원을 제시한 이후 5월 10일 기존 대비 74% 높은 2만7000원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리고 28일 다시 5만1000원으로 재상향했다. 약 한달 반동안 목표주가를 230% 올린 셈이다. 특히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일 실리콘투가 1분기 실적 발표하자 “과소평가해서 미안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인 한국 화장품의 인기 상승과 함께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하나증권도 29일 목표주가를 처음으로 내놨다. 박은정 애널리스트는 “현지 물류창고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소화 물량 증가, 물류비 효율화 효과를 보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29일 실리콘투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만9000원을 신규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증권사들은 실리콘투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제시를 망설이는 모습이다. 이날 신한투자증권은 “2024~2025년 추정 순이익은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여 당사 추정치 기준 목표 p/e(주가수익비율)의 15배까지 주가 업사이드를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도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 17일 1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에야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더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며 호평을 쏟아냈다. 현재 삼양식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한화투자증권 30만원→60만원 ▲대신증권 32만원→50만원 ▲DS투자증권 26만원→50만원 ▲IBK투자증권 29만원→46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35만원→45만원 등으로 이들 모두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최대 100% 올려 잡았다. (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갈무리) ■ "해외 시장의 기회와 위험 함께 봐야 하는 시대" 이 같은 현상은 2차 한류 종목으로 부각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기존의 잣대로 전망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설명이다. 애널리스트 출신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실리콘투는 해외에 물류센터를 확보한 플랫폼으로 K-뷰티에 대한 열풍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거론됐음에도 이에 대한 추정치를 낮게 예상하고 있다가 실적 확인 후에야 반성문을 쓰게 된 것”이라며 “삼양식품 역시 이미 ‘불닭볶음면’이 브랜드화됐지만 해외 비중이 90%를 차지하다보니 국내 유통망 기준으로만 바라본 입장에서는 감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류로 인한 흐름이 컨텐츠 소비에서 물질 소비로 넘어옴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에서 기업이 보일 성장 범위와 속도를 가늠하기 위해 시야를 더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도 “글로벌 소비 시장이 통합되면서 누구든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전세계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만큼 어떤 기업을 보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이런 기업은 처음이라”...실리콘투·삼양식품에 갈팡질팡 증권사들

추정치 훌쩍 웃돈 해외 성장세 "과소 평가해서 미안"
"기존 기업 시각 아닌 글로벌 시장 관점 접근 필요"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5.29 14:16 | 최종 수정 2024.05.29 15:24 의견 0

‘암벽등반’ 수준의 주가 차트를 그리고 있는 실리콘투와 삼양식품이 묘하게 닮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인 두 기업이 최근 각 업종의 대표주로 떠오른 가운데 증권사들은 이들의 향후 성장폭에 대해 예측하기를 아직 주저하는 모습이다. 부랴부랴 전망치를 수정하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전망 자체를 망설이는 곳들도 있어 이들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리콘투의 1개월 수익률은 188% 수준이다. 3개월간 상승폭은 326%. 지난 2월 1일 7740원이었던 주가는 29일 장중 4만10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삼양식품 역시 음식료 기업 주가 차트의 상식을 깼다. 한달간 90% 오른 삼양식품의 3개월 수익률도 210%까지 뛰었다.

(사진=실리콘투의 해외법인 진출 현황. 실리콘투 홈페이지)


■ 해외 시장서 폭발하는 성장성

두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환호’를 받고 있는 공통된 이유는 각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확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 유통업체인 실리콘투는 500여개 이상의 브랜드를 200개 이상 국가에 도소매로 판매 중이다. 중소형 화장품업체들이 해외 각지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채널 플랫폼으로 이들의 실적이 확대되는 만큼 실리콘투 역시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실리콘투의 각 국가별 매출 비중은 ▲미국 31.58% ▲네덜란드 7.65% ▲인도네시아 5.17% ▲말레이시아 4.8% ▲호주 4.35% ▲캄보디아 4.13% 등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 역시 삼양아메리카에서만 무려 5650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율만 83%를 달성했다.

■ "어디까지 가는거야?" 증권사 투자의견 등 제시 '주춤'

하지만 각 증권사들의 분석은 오히려 이를 후행한다.

실리콘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1일 실리콘투에 대한 목표주가로 1만5500원을 제시한 이후 5월 10일 기존 대비 74% 높은 2만7000원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리고 28일 다시 5만1000원으로 재상향했다. 약 한달 반동안 목표주가를 230% 올린 셈이다.

특히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일 실리콘투가 1분기 실적 발표하자 “과소평가해서 미안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인 한국 화장품의 인기 상승과 함께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하나증권도 29일 목표주가를 처음으로 내놨다. 박은정 애널리스트는 “현지 물류창고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소화 물량 증가, 물류비 효율화 효과를 보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29일 실리콘투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만9000원을 신규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증권사들은 실리콘투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제시를 망설이는 모습이다. 이날 신한투자증권은 “2024~2025년 추정 순이익은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여 당사 추정치 기준 목표 p/e(주가수익비율)의 15배까지 주가 업사이드를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도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 17일 1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에야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더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며 호평을 쏟아냈다.

현재 삼양식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한화투자증권 30만원→60만원 ▲대신증권 32만원→50만원 ▲DS투자증권 26만원→50만원 ▲IBK투자증권 29만원→46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35만원→45만원 등으로 이들 모두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최대 100% 올려 잡았다.

(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갈무리)


■ "해외 시장의 기회와 위험 함께 봐야 하는 시대"

이 같은 현상은 2차 한류 종목으로 부각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기존의 잣대로 전망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설명이다.

애널리스트 출신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실리콘투는 해외에 물류센터를 확보한 플랫폼으로 K-뷰티에 대한 열풍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거론됐음에도 이에 대한 추정치를 낮게 예상하고 있다가 실적 확인 후에야 반성문을 쓰게 된 것”이라며 “삼양식품 역시 이미 ‘불닭볶음면’이 브랜드화됐지만 해외 비중이 90%를 차지하다보니 국내 유통망 기준으로만 바라본 입장에서는 감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류로 인한 흐름이 컨텐츠 소비에서 물질 소비로 넘어옴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에서 기업이 보일 성장 범위와 속도를 가늠하기 위해 시야를 더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도 “글로벌 소비 시장이 통합되면서 누구든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전세계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만큼 어떤 기업을 보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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