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GLP-1 기반 비만치료제의 열풍이 거세다. '위고비(Wegovy)'와 '젭바운드(Zepbound)'의 돌풍 속에서 이들 치료제는 이제 단순한 체중 감량제를 넘어 만성 대사질환 관리의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각종 임상시험 결과는 물론이고 매출 실적, 기술적 진보, 보험 정책까지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으며, 누가 향후 10년을 이끌 것인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대시키는 기전으로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에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 이중 작용제로 위고비 대비 평균 체중감량률이 약 47%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는 GLP-1과 아밀린 복합제인 ‘카그리세마’를 통해 체중감량률 22.7%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반격에 나섰다.

두 기업은 신약 개발 경쟁에서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3상을 9건 이상 진행 중이며, 최대 24.2%의 체중 감량률을 보인 바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에 맞서 GLP-1, GIP, 글루카곤 삼중 작용 후보물질 ‘UBT251’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해 대응에 나섰다.


투약 편의성과 생산단가에서 이점을 가진 경구용 저분자 GLP-1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일 1회 복용 경구제로, FDA 승인 신청이 2025년 말로 예정되어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에 대응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FDA에 먼저 신청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비만 치료를 넘어선 적응증 확대 전략도 중요한 포인트다. 위고비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며 FDA로부터 관련 적응증 승인을 받았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젭바운드를 승인받으며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Roche, Amgen, Boehringer Ingelheim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후속 물질을 통해 GLP-1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특히 Amgen의 MariTide는 GIP 길항 기전을 포함한 독자적 설계를 통해 최대 17.5%의 체중감량률을 기록했고, 바이킹 세러퓨틱스는 피하 및 경구형 GLP-1/GIP 이중 작용제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국내 시장 역시 주목할만하다. 위고비는 출시 반년 만에 누적 매출 14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비만약 시장 점유율 73%를 차지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젭바운드를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며, 당뇨병 적응증을 포함함으로써 보험 급여 적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삼중 작용제의 실제 임상 성과와 부작용 관리 능력 둘째, 경구용 저분자 GLP-1 치료제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 셋째, 보험 급여 확대 여부가 시장 확대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2025년 이후 제약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이라는 사실이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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