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계측 기술의 대표주자인 현미경 산업이 연구실을 넘어 첨단 제조 현장과 임상 데이터 분석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2025년 현재, 반도체가 2nm 이하 공정에 진입하고, 세포치료제 및 줄기세포 기반 신약이 임상 단계에 본격 투입되면서, 현미경 기술은 관찰 도구를 넘어 산업 생산성과 직결되는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세 회로의 결함 하나가 전체 수율을 좌우할 정도로 정밀도가 요구된다. TSMC의 3nm 웨이퍼 가격이 장당 2만 달러를 넘고 초기 수율이 50~8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원자단위 결함까지 포착 가능한 원자현미경(AFM)과 전자현미경(SEM)은 공정 제어의 필수 장비로 부상했다. 실제로 공정 내 수율 1%p 상승만으로도 수백억 원의 수익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만큼, 고정밀 현미경 장비는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그로쓰리서치 심민규 연구원은 "정밀도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초미세 공정 시대에서, 현미경은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담보하는 핵심 도구"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산업에서는 살아있는 세포를 염색 없이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는 홀로그래피 생체현미경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CAR-T 세포치료제,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등 고정밀 실시간 관찰이 필요한 분야에서 기존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미국 FDA가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면서, 토모큐브의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은 오가노이드 기반 비침습적 분석을 통해 바이오 산업 내 핵심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심민규 연구원은 "바이오 혁신의 속도는 세포 관찰 정밀도에 비례한다"며 "현미경 기술의 진화는 단순 관찰을 넘어 치료 성과까지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별 응용도 다양해졌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AFM이 식각, 증착, 배선 단계의 표면 거칠기와 결함을 정밀 측정하는 데 쓰인다. 바이오 현장에서는 HT 장비가 세포 상태를 실시간 기록하고 자동 분석함으로써 수작업을 대체하고 효율을 높이고 있다. 병리 진단 분야에서도 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이 암세포 탐지 정확도를 크게 개선해 환자의 재수술률을 낮추는 등 실제 임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미경 산업의 성장세는 시장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글로벌 현미경 기반 검사 장비 시장은 2021년 약 73억 달러에서 2031년 133억 달러로 연평균 6.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가노이드 시장은 연평균 16.7%로 고성장 중이며, 세포 기반 신약 개발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파크시스템스가 원자현미경 시장 점유율 1위(20.3%)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전체 인력의 32.5%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산업용 장비 매출 비중은 72%로 증가 중이다. 하반기에는 하이브리드 WLI 장비를 통한 신규 매출도 기대된다.
토모큐브는 세계 최초 2세대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상용화하며, 미국 국립보건원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바이오 외에도 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딩 검사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기술 응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체현미경 올인원 제품을 상용화한 아이빔테크놀로지, 전자현미경 전문업체 코셈,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테크윙 등이 후발주자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 정책도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산 연구장비 기술경쟁력 강화' 사업을 비롯해, AI, 양자기술, 이차전지 등 신산업의 계측 수요 증가에 따라 현미경 기술은 향후에도 구조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기술 장벽이 높고, 특정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적 특성, 고부가가치 산업의 필수 인프라라는 점에서 현미경 산업은 단기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투자처로 평가된다. 정밀계측 기술의 진화가 산업 경쟁력의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시대, 현미경은 더 이상 실험실의 도구가 아니라 산업의 심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편집자주] 독립 리서치 기업인 '그로쓰리서치'의 분석을 담은 내용입니다. 뷰어스는 글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