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자료=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추진 과정을 간소화하고 민간임대리츠사업에서 공사비 증액기준을 개선한다. 또 착공 이후로도 공사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한다. 주택사업 여건 개선을 통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발표한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에 도심주택사업 여건 개선 및 민간임대리츠 규제 완화 방안을 담았다.
국토부는 우선 공공분양주택 뉴홈 공급이 쉬워지도록 정비계획의 경비한 변경 사유에 '공공주택공급계획 변경'을 추가했다. 재건축‧재개발 추진과정에서 공공분양 뉴:홈을 추가 공급하는 등 공공주택 공급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 정비 계획 변경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변경하려면 정비구역 면적 10% 미만 범위에서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 별도 심의가 없어도 되는데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거다.
또 조합 설립 등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에 대해 재산 관리청의 명시적 반대가 없다면 협의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불명확성을 해소한다.
전문조합관리인 선정 요건도 낮춘다. 조합 집행부 부재에 따른 사업지연 방지를 위해서다. 더불어 정비업체 등록기준도 완화한다. 정비사업 전문관리업 업체 등록에 필요한 인력 요건을 2003년 이전부터 근무한 기술인력만 인정한 것에서 2003년 이후 근무한 이들도 요건을 갖춘다면 기술인력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가로구역 내에 사업시행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나 두 구역간 면적 상한이 달라 발생하는 가로구역 내 잔여부지도 면적 상한을 일치시켜 해소한다. 소규모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2면 접도요건도 일정 폭(20m) 이상의 도로에 1면만 접해도 추진 가능토록 요건을 완화한다.
리츠 참여형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관리처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는 부지확보 비율을 100%에서 75%로 낮춘다. 주택도시기급 리츠 출자대상에 공공도심복합사업도 추가한다. 또 지역별 수요에 맞는 공공·기반시설 공급이 가능하도록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기부채납 가능시설도 확대한다.
건축인허가 규제도 합리화한다. 주거 용도가 아닌 주민공동시설은 공동주택 등 주거용 건축물의 지하층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경·공매로 주택건설현장 내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자는 별도 동의절차 없이 사업주체로 변경을 허용한다.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 사업장의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물가조정 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기준을 개선하고 착공후 공사비 조정도 오는 7월부터 2027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신규 사업장은 추가 출·융자없이 공사비 증액을 위한 예비비를 편성하고 기존 사업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위원회를 통해 공사비 조정을 지원한다.
공공택지 조성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대토보상을 토지뿐 아니라 주택 분양권으로도 받을 수 있게 한다. 토지 수용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금은 보상 방식으로 현금보상과 채권보상, 대토보상만 존재하나 여기에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 범위 내에서 주택 분양권 보상을 추가한다.
또 대토보상을 해당 사업지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동일 사업시행자의 다른 사업지역 미분양 물량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토보상 토지의 전매제한 규제로 인해 토지 보상권자의 자금이 장기간 동결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전매제한 종료시점도 단축한다. 기존에는 대토보상계약부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약 10년 가량의 전매제한 기간이 있었으나 이를 절반으로 단축한다.
공동주택용지에 대한 대토보상 수요 확보를 위해 보상권자가 직접 주택 사업을 시행하면 그 사업을 통해 건설되는 주택의 우선공급권을 부여한다.
공공택지 사업기반 강화를 위한 개선책도 선보였다. 도심 내 취약 주거지인 쪽방촌에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수 있게 공공주택정비사업 추진 때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제외한다. 이외에도 공공주택지구 민간 대행개발을 제도화하고 공공시설용지 복합용도를 허용한다. 공공시설용지 미매각이 예상되면 준공 전 유보지 등으로 용도 전환을 추진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분양형보다 낮은 공사비 불만이 컸던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사업의 공사비 상향 조정을 통해 건설임대 재고 확보에도 일부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가인상에 따른 시행·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착공 후에도 공사비 조정 가능성을 한시적으로 열어둔 점은 지지부진한 양측 공사비 조정에 유연성을 준 것"이라면서 "다만 착공 이후에도 시공사의 추가 공사비 확대 요청이 증가하거나 공사비 등 건축 분양가는 앞으로도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합은 조합설립인가 등 시공사를 선정할 때 노련한 계약작업(사업단계별, 옵션별 공사비 등) 외에도 추후 공사비 인상에 대비한 예비비 확보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합집행부와 조합원 간 추가 분담금을 놓고 일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