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4.6.13.(자료=연합뉴스) 최근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이슈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사업자 환영'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저잣거리에 내걸었는데요. 이에 몇몇 뜻 있는 업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사람들 관심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네 번째 인뱅 사업자가 누가 될 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은 '능력만 되면 인가해 준다'입니다. 정확한 워딩은 "현 과점적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한다"입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인가 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인가 방침 발표가 없더라도 알아서들 준비해 보라'는 것이죠. 실제로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알아서(?)' 준비를 해 최근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지방은행에 신규로 진입하겠다는 플레이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축은행 등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데 부동산 PF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한눈팔 겨를이 없습니다. 지방은행이 갖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된 요인입니다. 디지털 비대면 시대에 차라리 인뱅으로 넘어가는 게 훨씬 낫다는 말들이 나올만 합니다. ■ 당국 "은행산업 언제든 진입 가능", 하지만... 그래서인지 지방은행과 달리 인뱅의 경우 많은 사업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유력 컨소시엄만 4곳입니다.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최근 인뱅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돼 관심도가 확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국은 인뱅의 경우 지난해 7월 발표 당시 당구장 표시(※)를 통해 별도의 언급을 내놓았는데요. '현행 법령상 요건과 함께 현 인뱅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해 심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전제 아래 소전제까지 제시된 것이죠. 그리고 드디어 지난 13일 '현 인뱅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에 대한 공식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인뱅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가 열린 것인데요,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실무 책임자들도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인가 방침이 없는 상태에서 출사표를 던진 곳은 많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 인뱅 3사 평가' 부분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평가 내용에 따라 신규 인가의 폭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성과가 시원찮다'고 하면 신규 인가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들겠죠. 성과가 시원찮긴 한데 플레이어들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면 신규 인가 필요성이 확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사실상 금융당국과 일심동체의 관변 연구기관임을 감안하면 이번 세미나 내용이 결국 당국의 복심을 드러낸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죠. ■제4인뱅 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일단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은 현 인뱅 3사에 대해 ‘은행업 경쟁 촉진에 제한적 효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고 가계대출 쪽에서 경쟁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금리 부담 경감이나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부분에서는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평가에 기반해 제4인뱅 인가 시 더 강조해야 할 점으로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 구축과 구현 가능성,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과 역할, 건전성 관리 역량 등 3가지를 꼽았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제4인뱅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들은 상대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크고, 비대면 영업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금융에 특화하고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계획의 타당성 및 대주주 자금조달 능력이 인가의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 모델의 구현 가능성, 비대면 심사의 제약을 넘을 수 있는 모델 구축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기존 인뱅 3사가 시장을 잠식해서인지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4개 컨소시엄은 입을 맞춘 듯 모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특화' 인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들로부터 소외된 영역이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높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인뱅은 100% 비대면 영업입니다. 서류와 데이터만으로 신용을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이 연구위원과 김 과장이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를 제4인뱅 인가의 선결 요건으로 꼽은 이유입니다. ■ 더존, U, KCD, 소소 4파전 위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KCD뱅크가 가장 유리해 보입니다. KCD뱅크를 주도하는 한국신용데이터(Korea Credit Data)는 본업이 신용평가입니다. 2017년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출시해 5년간 100만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토스처럼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유니콘으로 등극한 자수성가형 기업이죠.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이미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며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KCD는 2016년 우리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회사입니다. 우리은행이 키운 기업이니 우리은행의 참여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KCD뱅크의 경우 우리은행 외 다른 우군의 참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강조 요소인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 부문에서 의구심을 살 수 있는 상황이죠. 은행 명패를 단 인뱅이 스타트업처럼 구멍가게 장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격적인 영업과 비용이 전제돼야 합니다. 엄격한 자기자본비율을 지켜가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려면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위기가 닥쳐도 뒷배가 든든하면 견딜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금융은 제 코가 석 자입니다.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면 증권사와 보험사를 키워야 하는데 지갑이 빠듯합니다.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만 놓고 보면 더존뱅크가 가장 유리해 보입니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KB국민은행과 다투고 있는 신한은행의 참여가 기정사실인 것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인뱅 지분을 보유 중인 곳은 국민(카카오뱅크 4.88%), 하나(토스뱅크 8.99%), 우리(케이뱅크 12.58%), SC제일(토스뱅크 7.69%) 등 총 4곳입니다. 이를 빼고 제4인뱅 참여가 가능한 은행으로는 특수은행까지 포함해 신한, 기업, 농협 정도가 꼽히는데 이 중에서 더존뱅크는 가장 대어인 신한은행을 잡은 셈이죠.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더존ICT그룹은 거래소 상장기업인 더존비즈온을 보유해 자본력과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RP(전사적자원관리) 분야 독보적 1위 기업으로, 지난해 국세청 법인세 전자신고 기준 89%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전자신문, 비즈워치 등 언론사를 소유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은행이 갖지 못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신한은행과 잘 협력한다면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 일본 10개, 홍콩 8개...한국은 4개? 5개? 현대해상이 주도하고 있는 U뱅크 컨소시엄은 약간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1순위 요구 조건인 차별화된 신용평가 부분에서 확실한 솔루션이 없습니다. 스타트업인 렌딧이 신용평가 업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대출이 메인이고 소상공인 중심은 아닙니다. 현대백화점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대주주 자금조달 부문에서는 기업은행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약점 보완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사실 현대해상은 2015년 첫 인가 당시부터 인뱅 진출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터파크, 기업은행, SK텔레콤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밀렸죠. 2019년에는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지만 주주 구성에 뜻이 맞지 않아 최종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이번에 기업은행이 U뱅크에 참여하면 10여 년 만에 현대해상과 다시 손을 잡는 셈입니다. 기업은행은 U뱅크의 스타트업 문화, 다문화가족 배려 등이 기업은행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소뱅크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습니다. 전국의 각 업종별 소상공인·소기업 단체 등 35개가 모여 설립준비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2019년 인가 당시 실패한 경험을 살려 소상공인 금융데이터를 모으고 자체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자본력의 경우 소상공인들로부터 받은 납입 의향 금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뱅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컨소시엄은 더존뱅크와 U뱅크로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하나를 고르라면 더존을 꼽겠다”며 “신용평가 모델, 대주주 자금능력 못지않게 점포가 없는 인뱅의 경우 IT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가장 안정적으로 신뢰가 확보된 곳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인 은행업의 특성상 IT 기술력 부문에서 오래된 업력과 검증된 공신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제 관심은 금융당국이 과연 제3차 인가에서 몇 곳을 허용할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와 과정을 고려했을 때 3곳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1곳, 또는 2곳 의견이 많습니다.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10개의 인뱅이 영업 중입니다. 훨씬 작은 홍콩과 싱가포르도 각각 8개, 5개의 인뱅이 있습니다. 인구나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도 5개 정도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과연 금융당국은 몇 개를 고려 중일까요.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제4인뱅, 누가 유리한 고지 점령했나 [뷰파인더]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6.20 14:45 | 최종 수정 2024.06.20 15:04 의견 0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4.6.13.(자료=연합뉴스)


최근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이슈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사업자 환영'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저잣거리에 내걸었는데요. 이에 몇몇 뜻 있는 업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사람들 관심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네 번째 인뱅 사업자가 누가 될 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은 '능력만 되면 인가해 준다'입니다. 정확한 워딩은 "현 과점적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한다"입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인가 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인가 방침 발표가 없더라도 알아서들 준비해 보라'는 것이죠.

실제로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알아서(?)' 준비를 해 최근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지방은행에 신규로 진입하겠다는 플레이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축은행 등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데 부동산 PF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한눈팔 겨를이 없습니다. 지방은행이 갖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된 요인입니다. 디지털 비대면 시대에 차라리 인뱅으로 넘어가는 게 훨씬 낫다는 말들이 나올만 합니다.

■ 당국 "은행산업 언제든 진입 가능", 하지만...

그래서인지 지방은행과 달리 인뱅의 경우 많은 사업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유력 컨소시엄만 4곳입니다.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최근 인뱅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돼 관심도가 확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국은 인뱅의 경우 지난해 7월 발표 당시 당구장 표시(※)를 통해 별도의 언급을 내놓았는데요. '현행 법령상 요건과 함께 현 인뱅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해 심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전제 아래 소전제까지 제시된 것이죠.

그리고 드디어 지난 13일 '현 인뱅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에 대한 공식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인뱅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가 열린 것인데요,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실무 책임자들도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인가 방침이 없는 상태에서 출사표를 던진 곳은 많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 인뱅 3사 평가' 부분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평가 내용에 따라 신규 인가의 폭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성과가 시원찮다'고 하면 신규 인가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들겠죠. 성과가 시원찮긴 한데 플레이어들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면 신규 인가 필요성이 확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사실상 금융당국과 일심동체의 관변 연구기관임을 감안하면 이번 세미나 내용이 결국 당국의 복심을 드러낸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죠.

■제4인뱅 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일단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은 현 인뱅 3사에 대해 ‘은행업 경쟁 촉진에 제한적 효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고 가계대출 쪽에서 경쟁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금리 부담 경감이나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부분에서는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평가에 기반해 제4인뱅 인가 시 더 강조해야 할 점으로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 구축과 구현 가능성,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과 역할, 건전성 관리 역량 등 3가지를 꼽았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제4인뱅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들은 상대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크고, 비대면 영업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금융에 특화하고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계획의 타당성 및 대주주 자금조달 능력이 인가의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 모델의 구현 가능성, 비대면 심사의 제약을 넘을 수 있는 모델 구축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기존 인뱅 3사가 시장을 잠식해서인지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4개 컨소시엄은 입을 맞춘 듯 모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특화' 인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들로부터 소외된 영역이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높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인뱅은 100% 비대면 영업입니다. 서류와 데이터만으로 신용을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이 연구위원과 김 과장이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를 제4인뱅 인가의 선결 요건으로 꼽은 이유입니다.

■ 더존, U, KCD, 소소 4파전

위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KCD뱅크가 가장 유리해 보입니다. KCD뱅크를 주도하는 한국신용데이터(Korea Credit Data)는 본업이 신용평가입니다. 2017년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출시해 5년간 100만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토스처럼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유니콘으로 등극한 자수성가형 기업이죠.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이미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며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KCD는 2016년 우리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회사입니다. 우리은행이 키운 기업이니 우리은행의 참여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KCD뱅크의 경우 우리은행 외 다른 우군의 참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강조 요소인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 부문에서 의구심을 살 수 있는 상황이죠. 은행 명패를 단 인뱅이 스타트업처럼 구멍가게 장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격적인 영업과 비용이 전제돼야 합니다. 엄격한 자기자본비율을 지켜가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려면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위기가 닥쳐도 뒷배가 든든하면 견딜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금융은 제 코가 석 자입니다.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면 증권사와 보험사를 키워야 하는데 지갑이 빠듯합니다.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만 놓고 보면 더존뱅크가 가장 유리해 보입니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KB국민은행과 다투고 있는 신한은행의 참여가 기정사실인 것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인뱅 지분을 보유 중인 곳은 국민(카카오뱅크 4.88%), 하나(토스뱅크 8.99%), 우리(케이뱅크 12.58%), SC제일(토스뱅크 7.69%) 등 총 4곳입니다. 이를 빼고 제4인뱅 참여가 가능한 은행으로는 특수은행까지 포함해 신한, 기업, 농협 정도가 꼽히는데 이 중에서 더존뱅크는 가장 대어인 신한은행을 잡은 셈이죠.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더존ICT그룹은 거래소 상장기업인 더존비즈온을 보유해 자본력과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RP(전사적자원관리) 분야 독보적 1위 기업으로, 지난해 국세청 법인세 전자신고 기준 89%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전자신문, 비즈워치 등 언론사를 소유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은행이 갖지 못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신한은행과 잘 협력한다면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 일본 10개, 홍콩 8개...한국은 4개? 5개?

현대해상이 주도하고 있는 U뱅크 컨소시엄은 약간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1순위 요구 조건인 차별화된 신용평가 부분에서 확실한 솔루션이 없습니다. 스타트업인 렌딧이 신용평가 업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대출이 메인이고 소상공인 중심은 아닙니다. 현대백화점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대주주 자금조달 부문에서는 기업은행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약점 보완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사실 현대해상은 2015년 첫 인가 당시부터 인뱅 진출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터파크, 기업은행, SK텔레콤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밀렸죠. 2019년에는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지만 주주 구성에 뜻이 맞지 않아 최종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이번에 기업은행이 U뱅크에 참여하면 10여 년 만에 현대해상과 다시 손을 잡는 셈입니다. 기업은행은 U뱅크의 스타트업 문화, 다문화가족 배려 등이 기업은행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소뱅크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습니다. 전국의 각 업종별 소상공인·소기업 단체 등 35개가 모여 설립준비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2019년 인가 당시 실패한 경험을 살려 소상공인 금융데이터를 모으고 자체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자본력의 경우 소상공인들로부터 받은 납입 의향 금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뱅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컨소시엄은 더존뱅크와 U뱅크로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하나를 고르라면 더존을 꼽겠다”며 “신용평가 모델, 대주주 자금능력 못지않게 점포가 없는 인뱅의 경우 IT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가장 안정적으로 신뢰가 확보된 곳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인 은행업의 특성상 IT 기술력 부문에서 오래된 업력과 검증된 공신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제 관심은 금융당국이 과연 제3차 인가에서 몇 곳을 허용할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와 과정을 고려했을 때 3곳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1곳, 또는 2곳 의견이 많습니다.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10개의 인뱅이 영업 중입니다. 훨씬 작은 홍콩과 싱가포르도 각각 8개, 5개의 인뱅이 있습니다. 인구나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도 5개 정도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과연 금융당국은 몇 개를 고려 중일까요.

자료=한국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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