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완벽한 재탄생이라 할 만합니다. 십수년 갖은 몸부림침에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던 회사가 불과 2년 만에 상위권으로 도약이라니. 제 아무리 견제모드인 경쟁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과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ETF’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진=2022년 ACE ETF 리브랜딩 기자간담회 당시 배재규 대표이사의 모습) 사실 2022년 ‘KINDEX’라는 브랜드를 버릴 때만 해도 수근거림이 적지 않았습니다. 14년간 브랜드를 키우려고 쓴 돈이 얼만데 멀쩡한 이름을 두고 바꾸냐는 내부의 불만부터 회사가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질 것 같냐는 불편한 소리들도 있었죠. 하지만 2년 만에 그 정당성을 숫자로 증명했습니다. ACE가 진짜 ACE가 된 것이죠. 기어코 경쟁사들도 앞다퉈 '리브랜딩'을 외치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 새로운 이미지, 개인 투자자 공략한 마케팅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거침없이 판을 뒤집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한국투신운용은 ‘한국의 힘’ ‘삼성그룹주펀드’ 등 전형적인 액티브펀드 하우스의 강점이 주된 색깔이었으니 ETF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선 당연한 수순이었을 겁니다. 배 대표는 상품군에 대한 접근법을 새롭게 하고 라인업을 끌고 갈 방향을 설정하며 조직의 판을 새롭게 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케팅에 힘을 줍니다. 대표 이사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한 것은 배 대표가 디지털 마케팅 시대의 특징을 십분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음을 드러낸 일면입니다. 과거 공모펀드들에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각 사의 운용능력이었다면 ETF 시장이 개인들에게 확대되는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개발 및 마케팅이라는 변화를 짚어낸 것이죠. ‘ACE’로의 리브랜딩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ETF 시장은 확장기에 들어선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일입니다. “한투운용의 마케팅 전략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기존 브랜드가 시장 내에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던 만큼 과감하게 리브랜딩 후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를 개인 대상으로 한 SNS와 유튜브 등 채널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일타이피의 효율적 전략이 된 것이죠.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마케팅 접근법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투운용은 간판을 바꿔단 것을 기점으로 라인업 확대에 집중하면서 대표상품도 갖게 됩니다. 지난해 3월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ETF’는 순자산 1조3500억원으로 한투운용에서 가장 많은 순자산을 자랑하는 ETF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 금리인하 시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덕이었죠. 이외에 글로벌 반도체주 열풍에 맞춰 ‘ACE미국빅테크TOP7 PLUS’(23년 9월), ‘ACE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22년11월), ‘ACEAI반도체포커스’(23년 10월) 등을 통해 확보한 순자산만 1조원에 달합니다. ETF들을 성과 기준으로 줄세워봐도 ACE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ACE AI반도체포커스ETF'와 '한국투자ACE원자력테마딥서치ETF'는 연초 이후 각각 61.41%, 43.39%의 수익률을 달성해 1위와 4위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한투운용의 전성기가 다시 왔습니다. 지난 1분기 순이익 규모는 615억원. 지난 한해동안 거둬들인 순이익이 325억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성장세입니다. ETF 순자산 증가도 선두권 부럽지 않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2년 말까지 3조원이었던 ETF 순자산은 2023년 7월 말 5조원을 넘어선 뒤 올해 2월 7조원, 그리고 다시 4개월 만인 6월 10조원을 넘겼습니다. 올해 상반기 증가분(4조원)이 지난 10여년간 KINDEX로 쌓은 것보다 많은 셈이죠. ■ 3위권 '정조준', '나'를 가장 잘 아는 '적진' 시선은 코 앞으로 다가온 3위권 진입으로 향합니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은 ‘만년 3위’ KB자산운용. 배 대표 취임 이전까지만 해도 3.18%p 차이였던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0.87%p까지 좁혀졌습니다. 다만, 최근 KB운용이 조직을 재정비하고 심기일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또 한번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특히 한투운용에서 ACE 리브랜딩 작업을 주도했던 김찬영 상무는 올해 KB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KB라는 간판 대신 ‘RISE’를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한투운용의 마케팅 전략을 가장 잘 아는 곳이 KB운용이 됐다는 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뺏고 뺏기는 ETF 시장에서 KB운용은 한투운용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까요. “김찬영 상무 자신이 이끌었던 전략을 상대로 스스로 방어전을 펼치게 된 셈이죠. 한투운용의 마케팅 전략이 유효했던 만큼 반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KB금융지주 계열사라는 현실적인 조직 특성과 내부 분위기 등을 감안했을 때 성공 가능성은 좀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한투운용은 어떻게 ETF계의 ACE가 됐을까 [뷰파인더]

ACE 리브랜딩, 개인 투자자 대상 마케팅 전략에 라인업 강화 효과
우수한 성과에 늘어나는 순자산, 커지는 이익 '선순환'
KB운용의 방어전 관건은 '전략'의 전환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7.10 10:58 의견 0

이정도면 완벽한 재탄생이라 할 만합니다. 십수년 갖은 몸부림침에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던 회사가 불과 2년 만에 상위권으로 도약이라니. 제 아무리 견제모드인 경쟁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과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ETF’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진=2022년 ACE ETF 리브랜딩 기자간담회 당시 배재규 대표이사의 모습)


사실 2022년 ‘KINDEX’라는 브랜드를 버릴 때만 해도 수근거림이 적지 않았습니다. 14년간 브랜드를 키우려고 쓴 돈이 얼만데 멀쩡한 이름을 두고 바꾸냐는 내부의 불만부터 회사가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질 것 같냐는 불편한 소리들도 있었죠.

하지만 2년 만에 그 정당성을 숫자로 증명했습니다. ACE가 진짜 ACE가 된 것이죠. 기어코 경쟁사들도 앞다퉈 '리브랜딩'을 외치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 새로운 이미지, 개인 투자자 공략한 마케팅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거침없이 판을 뒤집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한국투신운용은 ‘한국의 힘’ ‘삼성그룹주펀드’ 등 전형적인 액티브펀드 하우스의 강점이 주된 색깔이었으니 ETF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선 당연한 수순이었을 겁니다.

배 대표는 상품군에 대한 접근법을 새롭게 하고 라인업을 끌고 갈 방향을 설정하며 조직의 판을 새롭게 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케팅에 힘을 줍니다.

대표 이사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한 것은 배 대표가 디지털 마케팅 시대의 특징을 십분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음을 드러낸 일면입니다. 과거 공모펀드들에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각 사의 운용능력이었다면 ETF 시장이 개인들에게 확대되는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개발 및 마케팅이라는 변화를 짚어낸 것이죠.

‘ACE’로의 리브랜딩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ETF 시장은 확장기에 들어선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일입니다.

“한투운용의 마케팅 전략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기존 브랜드가 시장 내에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던 만큼 과감하게 리브랜딩 후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를 개인 대상으로 한 SNS와 유튜브 등 채널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일타이피의 효율적 전략이 된 것이죠.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마케팅 접근법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투운용은 간판을 바꿔단 것을 기점으로 라인업 확대에 집중하면서 대표상품도 갖게 됩니다. 지난해 3월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ETF’는 순자산 1조3500억원으로 한투운용에서 가장 많은 순자산을 자랑하는 ETF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 금리인하 시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덕이었죠.

이외에 글로벌 반도체주 열풍에 맞춰 ‘ACE미국빅테크TOP7 PLUS’(23년 9월), ‘ACE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22년11월), ‘ACEAI반도체포커스’(23년 10월) 등을 통해 확보한 순자산만 1조원에 달합니다.

ETF들을 성과 기준으로 줄세워봐도 ACE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ACE AI반도체포커스ETF'와 '한국투자ACE원자력테마딥서치ETF'는 연초 이후 각각 61.41%, 43.39%의 수익률을 달성해 1위와 4위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한투운용의 전성기가 다시 왔습니다. 지난 1분기 순이익 규모는 615억원. 지난 한해동안 거둬들인 순이익이 325억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성장세입니다.

ETF 순자산 증가도 선두권 부럽지 않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2년 말까지 3조원이었던 ETF 순자산은 2023년 7월 말 5조원을 넘어선 뒤 올해 2월 7조원, 그리고 다시 4개월 만인 6월 10조원을 넘겼습니다. 올해 상반기 증가분(4조원)이 지난 10여년간 KINDEX로 쌓은 것보다 많은 셈이죠.

■ 3위권 '정조준', '나'를 가장 잘 아는 '적진'

시선은 코 앞으로 다가온 3위권 진입으로 향합니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은 ‘만년 3위’ KB자산운용. 배 대표 취임 이전까지만 해도 3.18%p 차이였던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0.87%p까지 좁혀졌습니다.

다만, 최근 KB운용이 조직을 재정비하고 심기일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또 한번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특히 한투운용에서 ACE 리브랜딩 작업을 주도했던 김찬영 상무는 올해 KB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KB라는 간판 대신 ‘RISE’를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한투운용의 마케팅 전략을 가장 잘 아는 곳이 KB운용이 됐다는 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뺏고 뺏기는 ETF 시장에서 KB운용은 한투운용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까요.

“김찬영 상무 자신이 이끌었던 전략을 상대로 스스로 방어전을 펼치게 된 셈이죠. 한투운용의 마케팅 전략이 유효했던 만큼 반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KB금융지주 계열사라는 현실적인 조직 특성과 내부 분위기 등을 감안했을 때 성공 가능성은 좀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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