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 기념 연설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의 7월 한달간 판매량이 공개된 가운데, 친환경차 부문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두드러진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만회하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조지아 신공장 완공시기를 올해로 앞당겼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 따라 이러한 지원 정책이 축소될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대 전략은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 7월 전체 판매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늘어
1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 7월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은 33만2003대이며, 이 중 친환경차 판매량은 1만5372대다. 친환경차 판매량 중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만1136대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전기차는 3906대, 수소전기차는 330대가 판매됐다.
기아는 지난 7월 전체 판매량이 26만1334대이며, 이 중 친환경차는 1만7847대가 팔렸다. 기아 친환경차 중 하이브리드 판매량도 1만2229대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달 현대차와 기아의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잘 달리고 있다. 7월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4% 줄었다. 기아의 전체 판매량은 0.2% 느는 데 그쳤다.
반면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7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4.3% 늘었다. 이는 전기차 판매량이 33.3% 줄어드는 동안 판매 실적을 떠받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1% 증가했다.
■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 중심 수익성 챙겨
현대차·기아는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수익성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캐즘을 RV와 고급 승용차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리며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를 늘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발표한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에서는 전체 판매량이 줄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한 RV(레저차량), 제네시스 고급 승용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늘린 덕분이다.
당시 현대차는 “올 상반기 RV·제네시스 판매(하이브리드 포함)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기아도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했다”고 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하반기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판매에 또 다시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등 유연한 생산 체제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싼타페. 7월 친환경차 판매량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로 3881대가 판매됐다. (사진=현대차)
■ 유럽에서도 하이브리드 중심 친환경차 비중 확대
유럽에서도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의 비중을 크게 전기차의 비중을 작게 가져가며 친환경차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양사는 올 상반기 프랑스에서 친환경차 판매량이 2만8354대로, 내연기관차 포함 전체 판매량 4만7307대의 59%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1만4860대로, 전체 판매량의 62.4%를,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1만3494대로 전체의 57.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친환경차 실적 증대는 하이브리드차 덕분이다.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31.4% 늘어난 3676대가 팔렸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대비 80.3% 증가한 2811대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9.1% 늘어난 7072대를 판매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승용차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중대형 휘발유 차량과 하이브리드차가 수출을 이끌었다. 올 상반기 승용차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4.9% 늘어난 336억 달러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32%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친환경 승용차 수출은 전기차 판매 둔화로 1.9%로 줄었지만, 하이브리드는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로 인한 수요 둔화,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상승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현지 수요와 정책에 적합한 생산·판매 체계를 강화하고 권역별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캐스퍼EV 등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과 라인업 확장 등을 통해 친환경차 판매를 높이는 등 SUV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으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을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