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들의 라이선스 갱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업자들은 금융당국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라이선스 갱신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겐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다. 특히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갱신인만큼, 당국의 판단은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체크리스트는 없다. 기준은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것. 그러나 어디에서든 돌발 변수는 나올 수 있다. 라이선스 갱신을 앞둔 가상자산 5대 사업자(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전략과 취약점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 7월 15일 오후 강남구 소재 빗썸 본사에서 열린 빗썸 시장감시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재원 대표이사와 소속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료=빗썸
"5대 거래소 정도면 라이선스 갱신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이상거래 첫 사례가 나올 경우 그건 시범 케이스로 세게 다뤄질 수 있겠죠..."
가상자산거래소들의 라이선스 갱신을 앞두고 업계 관계자은 이 같이 예측해 왔다. 크고 작은 난관은 있을 수 있어도 5대 거래소 정도라면 라이선스 갱신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씁쓸했던 뒷말이 예언이었을까.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이상거래 첫 케이스가 나왔다. 바로 '빗썸'이다.
14일 가상자산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와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은 '어베일 코인'의 이상거래에 대해 빗썸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빗썸 측이 제출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 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베일은 블록체인을 서로 연결하는 기술을 특징으로 한 가상자산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멘 제도에 소재지를 둔 어베일 홀딩스가 발행 주체로 등록돼 있다.
지난달 23일 어베일이 최초 발행될 당시 금액은 236원. 그러나 빗썸 상장 15분만에 어베일 가격은 3500원까지 수직상승했다. 통상 가격이 저렴한 알트코인들은 상장시 가격이 폭등하는 '상장빔'을 맞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문제가 됐다.
같은 시각 빗썸 외에 다른 거래소에서는 320원 수준으로 거래되는 등 상장빔이 빗썸에서만 발휘되면서 시세조종 혐의가 짙어진 상황이다. 어베일이 상장된 글로벌 거래소에서도 상승빔은 없었다. 14일 현재 어베일은 빗썸에서 200원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빗썸에서 어베일 가격이 다른 거래소와 비교해 10배 넘게 오르자 시세조종 매매 등 이상거래로 보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거래를 포착하지 못한 것은 빗썸으로선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첫 사례이자, 라이선스 갱신을 코앞에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법 제 10조에 따르면 ▲미공개정보 이용 매매 ▲시세조종 매매 ▲부정한 수단을 활용한 거래 ▲자기 발행코인 매매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어베일 가격 폭등도 이러한 '혐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빗썸으로선 금융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만약 혐의가 발견되면 오는 10월에 있을 '라이선스 갱신'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더욱이 향후 국회에서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안의 지적을 피해가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빗썸이 내년으로 기대하고 IPO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렇다면 빗썸은 왜 이상거래를 포착하지 못했을까.
빗썸은 지난 달 가상자산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공정한 가상자산 거래 환경 선도하기 위한 '시장감시위원회' 신설했다. 내외부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시감위는 이상거래 정책 수립 및 불공정거래 관련 기관 협조 지원하며, 금융권 수준의 시장감시체계 구축해 안전한 거래 환경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원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최희경 준법감시인, 장두식 시장감시실장, 박중구 투자자보호실장, 서승원 법무실장, 외부 전문가로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초빙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시장감시위원회는 ▲가상자산 이상거래 관련 정책 수립 ▲이상거래 심리 결과 심의 ▲관련자 제한조치 결정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기관 협조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와는 무색하게도 빗썸에서 이상거래 1호 사건이 터지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
빗썸 관계자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의 심리는 다수의 계정 간 연계 가능성 등에 대한 심층분석이 필요해 분석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yieldfarming이라는 텔레그램 코인방 운영자가 시세조종을 위해 공개적으로 어베일 투자를 모집하는 내용. 이용자들은 "빗썸에서 걍 막아줘 제발", "빗썸도 인지는 하고 있는 것 같던데"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자료=코인 커뮤니티 캡처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고된 설거지'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찍이 코인판에서는 외국인으로부터 투자를 모아 어베일 시세를 조정한 후 이익을 챙기려는 것으로 추정되는 A씨의 X(구 트위터) 피드 내용이 돌기도 했다. 시세조정을 감지한 커뮤니티 유저들은 "빗썸 제발 막아줘", "빗썸도 인지는 하고 있는 것 같던데"라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빗썸 시감위에서는 상장 예정인 코인에 대한 '사전 조사 등의 업무'는 수행하지 않는만큼 전조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시세조정 의심 사안들은 코인 업계에서 하루 이틀 일어난 일이 아니다. 과거 위믹스 유통량 문제나, 수이 사태 등을 복기해 보면 충분히 사전 감시 체계를 발동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법 토론회에서 "현행 법들은 모두 투자자의 피로 쓰여진 것"이라며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시민 과학'이라는 환경 감시 모델을 소개하면서 커뮤니티 유저들의 '왓치독' 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행 시장 감시 체계를 사업자 중심에서 벗어나 이용자들과 협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