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들의 라이선스 갱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업자들은 금융당국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라이선스 갱신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겐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다. 특히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갱신인만큼, 당국의 판단은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체크리스트는 없다. 기준은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것. 그러나 어디에서든 돌발 변수는 나올 수 있다. 라이선스 갱신을 앞둔 가상자산 5대 사업자(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전략과 취약점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자료=고팍스 캡처
국내 가상자산 5대 거래소 중 한 곳인 '고팍스'가 지난 12일 전북은행과의 실명계좌 연장 계약을 확정했다는 소식에 업계가 떠들썩했다. 해당 계약 조건이 보도되면서 고팍프 측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해당 기사에선 '고팍스의 지분구조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우선 9개월만 계약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2년 간 계약 연장되던 것이 '단기 조건부 계약'으로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고팍스 측은 "전북은행 재계약 완료 사실만 확인해 드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명계좌 계약은 가상자산거래소에 있어서는 까다로운 부분이다. 업계 양대 산맥인 업비트와 빗썸조차 원하는 은행과 자유롭게 계좌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은행은 보수적이고, 가상자산업계는 수많은 리스크가 잠재된 시한폭탄으로 평가된다.
실명계좌 연장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값이다. 고팍스의 라이선스 갱신 신고 기한은 10월 24일까지지만, 실명계좌 계약서를 포함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기한은 오는 9월 13일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갱신신고 한 달 전까지 사전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팍스 측은 일단 실명계좌 연장에 성공한 만큼, 추가 자료를 마련해 본격적인 갱신 신고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바로 '지분 구조'다.
현재 고팍스 대주주는 글로벌 최대 가산자산 사업자 중 하나인 '바이낸스'로, 고팍스 지분 67.45%를 갖고 있다. 현재 바이낸스 측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메가존'에 지분을 넘기려고 한다. FIU가 바이낸스에 지분을 10% 미만으로 남길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바이낸스는 지분 58% 매각을 준비 중이다.
당초 바이낸스는 2022년 11월 'FTX 사태'의 여파로 고팍스의 예치금인 '고파이' 출금이 지연되면서, '해결사'로 나선 바 있다. 바이낸스는 '산업 회복 기금'을 명목으로 고팍스에 투자하면서 고객들의 예치 자산 및 이자를 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이낸스가 한국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계획은 어긋났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바이낸스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자금세탁 위험' 요인으로 평가하면서 '해결사'는 일순간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전북은행 측이 실명계좌 연장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지분구조 정리'를 요구하고, 9개월 단기 계약설이 돈 것도 '지분구조 리스크'의 연장 선상으로 풀이된다.
최근 메가존이 지분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그나마 전북은행과의 계좌 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던 것으로 보인다. 메가존이 지난달 투자확인서(LOC)를 작성할 정도로 지분 인수 의지가 강한 만큼, 전북은행도 이러한 부분을 감안한 것이다.
고팍스 측은 라이선스 갱신을 위해 '투자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찌감치 '배상책임 보험' 가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사업자에게는 '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하거나 일정 비율의 적립금을 적립해 둘 의무가 있다. 보험료가 연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영세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폐업을 결정하는 데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라이선스 갱신을 앞두고 대주주도 이슈도 있다보니 업계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보험 가입을 결정했다"면서 "보험금이 운용 비용처럼 나가는 것보다, 적립금 형태로 놔두는 게 이익일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보험 가입을 선택하게 됐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