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비빔면Ⅱ' 제품 외관. (사진=김성준 기자) 여름은 전통적으로 ‘비빔면’의 성수기로 꼽힙니다. 무더위를 저격하는 차가운 면발과 입맛을 돋워주는 매콤새콤한 양념의 조합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얼큰한 라면도 한 수 접어줘야 할 정도죠. 최근에는 비빔면 저변이 넓어지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는데요. ‘뜨빔면’이라 불리는 ‘컵 비빔면’도 그중 하나죠. 용기면 특성상 불가피했던 조리법이지만,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이색적인 맛이 인기를 끌며 ‘뜨빔면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봉지 비빔면은 여전히 차갑게 먹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는데요. 매콤새콤하면서 달달한 양념이 차가운 면과 궁합이 좋기도 하지만, 뜨거운 비빔라면 카테고리에 ‘짜파게티’나 ‘불닭볶음면’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설프게 조리법만 바꾸는 정도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했으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비빔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팔도’가 기존 제품과 180도 바뀐 ‘팔도비빔면Ⅱ’를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원조 비빔면’의 변신, 면·소스·조리법 모두 바꿨다 '팔도비빔면Ⅱ' 면과 건더기스프 내용물. (사진=김성준 기자) 많은 비빔면 신제품이 쏟아졌지만, 팔도비빔면은 여전히 ‘원조’로서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차갑게 헹군 얇은 면과 매콤새콤한 양념은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비빔면’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왔죠. 하지만 후발주자가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팔도비빔면’도 브랜드 외연을 넓힐 필요가 생겼습니다. 외연 확장의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키는 것이겠죠. 이런 면에서 팔도비빔면Ⅱ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됐습니다. ‘완전히 새롭다’가 빈말이 아닌 게, ‘팔도비빔면’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제품과 같은 요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새콤달콤한 소스는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로, 고추의 매운맛은 마늘과 후추로, 얇은 면은 두꺼운 면으로 바뀌었죠. 기존 비빔면엔 없던 후레이크도 추가됐는데, 구성이 꽤 알찬 편입니다. 여기에 뜨겁게 먹는 조리법까지 더해졌죠. 간장 베이스 소스에 걸맞게 제품 패키지도 갈색 바탕으로 디자인하면서 분위기를 일신했습니다. 뜨겁게 비벼도, 차갑게 비벼도 된다는 ‘하이브리드 비빔’ 조리법도 강조됐죠. 각각 ‘뜨겁캐’와 ‘차갑캐’라는 캐릭터까지 새로 만들었습니다. 간장 베이스 소스로 변경했다는 점은 의외로 별다른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기존 ‘팔도비빔면’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비빔면’이라는 정체성에 좀 더 힘을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리법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부터 달랐는데요. 뜨겁게 먹으려면 끓는 물에 4분간, 차갑게 먹으려면 5분30초간 끓여야 합니다. 그 뒤엔 각각 면수를 일부 남기고 물을 버리거나, 물을 버린 후 찬물에 헹구면 됩니다. 같은 제품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조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 볶음면 또는 비빔면 조리법과 비슷합니다. ■조리법 따라 달라지는 특색, 알싸한 매운맛 강조돼 뜨겁게 비비는 조리법(왼쪽)과 차갑게 비비는 조리법으로 각각 조리한 '팔도비빔면Ⅱ'. (사진=김성준 기자) 조리를 완료한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소스를 다 넣었는데도 잘 비벼졌는지가 헷갈릴 만큼 옅은 갈색 정도만 감도는데, 중간중간 박힌 건더기가 꽤 큼직한 것이 눈에 띕니다. 소스는 은은한 간장 냄새 사이로 후추와 마늘 섞인 향이 코를 훅 찌르고 들어오는데요. 전체적으로 매운 느낌이 강한 향입니다. ‘뜨빔면’을 먼저 먹어봤는데요. 냄새만 매운 것이 아니라 맛도 상당히 매운 편입니다. 뜨거운 면과 합쳐져서인지 매운맛이 훨씬 배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입안 전체가 얼얼해질 정도는 아니지만, 혓바닥에 착 붙는 듯한 매운맛 때문에 다른 맛이 크게 강조되진 않았습니다. 얼얼해진 혀 위로 간장 소스 특유의 단짠맛과 함께 감칠맛이 살짝 감도는 정도로, 간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면이 두꺼운 만큼 오동통한 식감 덕분에 얼핏 볶음 우동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차갑게 비빈 면은 온도 차이 때문인지 첫맛에서부터 매운맛이 훨씬 덜했습니다. 면발은 좀 더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인데, ‘뜨빔면’이 볶음 우동이라면 ‘차빔면’은 질기지 않은 쫄면에 가깝습니다. 두껍고 쫄깃한 면의 씹는 맛이 인상적이었지만, 맛은 조금 심심했는데요. 매운맛은 비교적 약하게 느껴지는데 간은 비슷하다 보니 어딘가 비어있는 맛입니다. ‘뜨빔면’보다 감칠맛이 더 선명하긴 한데, 맛 자체가 강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뜨겁게 먹어도, 차갑게 먹어도 각각 특색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콘셉트는 잘 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간장 소스의 ‘단짠’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존 ‘빨간 비빔면’보다도 훨씬 매운 데다, 매운맛을 제외하면 소스 맛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물론 기존 비빔면의 틀을 깼다는 점은 확실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출시 5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원조’ 팔도비빔면이 비빔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김성준의 도시락] '비빔면 원조' 팔도의 대변신 '간장맛 비빔면'

팔도, ‘뜨겁게·차갑게’ 하이브리드 조리법 내세운 ‘팔도비빔면Ⅱ’ 선봬
간장 소스, 두꺼운 면, 후추향 등 확 바뀐 맛…기존 비빔면과 차별화
조리법 따라 다른 식감, 알싸하게 매운맛 강조…다른 맛은 희미한 편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8.17 07:00 의견 0
'팔도비빔면Ⅱ' 제품 외관. (사진=김성준 기자)

여름은 전통적으로 ‘비빔면’의 성수기로 꼽힙니다. 무더위를 저격하는 차가운 면발과 입맛을 돋워주는 매콤새콤한 양념의 조합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얼큰한 라면도 한 수 접어줘야 할 정도죠. 최근에는 비빔면 저변이 넓어지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는데요. ‘뜨빔면’이라 불리는 ‘컵 비빔면’도 그중 하나죠. 용기면 특성상 불가피했던 조리법이지만,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이색적인 맛이 인기를 끌며 ‘뜨빔면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봉지 비빔면은 여전히 차갑게 먹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는데요. 매콤새콤하면서 달달한 양념이 차가운 면과 궁합이 좋기도 하지만, 뜨거운 비빔라면 카테고리에 ‘짜파게티’나 ‘불닭볶음면’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설프게 조리법만 바꾸는 정도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했으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비빔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팔도’가 기존 제품과 180도 바뀐 ‘팔도비빔면Ⅱ’를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원조 비빔면’의 변신, 면·소스·조리법 모두 바꿨다

'팔도비빔면Ⅱ' 면과 건더기스프 내용물. (사진=김성준 기자)

많은 비빔면 신제품이 쏟아졌지만, 팔도비빔면은 여전히 ‘원조’로서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차갑게 헹군 얇은 면과 매콤새콤한 양념은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비빔면’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왔죠. 하지만 후발주자가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팔도비빔면’도 브랜드 외연을 넓힐 필요가 생겼습니다. 외연 확장의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키는 것이겠죠.

이런 면에서 팔도비빔면Ⅱ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됐습니다. ‘완전히 새롭다’가 빈말이 아닌 게, ‘팔도비빔면’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제품과 같은 요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새콤달콤한 소스는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로, 고추의 매운맛은 마늘과 후추로, 얇은 면은 두꺼운 면으로 바뀌었죠. 기존 비빔면엔 없던 후레이크도 추가됐는데, 구성이 꽤 알찬 편입니다. 여기에 뜨겁게 먹는 조리법까지 더해졌죠.

간장 베이스 소스에 걸맞게 제품 패키지도 갈색 바탕으로 디자인하면서 분위기를 일신했습니다. 뜨겁게 비벼도, 차갑게 비벼도 된다는 ‘하이브리드 비빔’ 조리법도 강조됐죠. 각각 ‘뜨겁캐’와 ‘차갑캐’라는 캐릭터까지 새로 만들었습니다. 간장 베이스 소스로 변경했다는 점은 의외로 별다른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기존 ‘팔도비빔면’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비빔면’이라는 정체성에 좀 더 힘을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리법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부터 달랐는데요. 뜨겁게 먹으려면 끓는 물에 4분간, 차갑게 먹으려면 5분30초간 끓여야 합니다. 그 뒤엔 각각 면수를 일부 남기고 물을 버리거나, 물을 버린 후 찬물에 헹구면 됩니다. 같은 제품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조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 볶음면 또는 비빔면 조리법과 비슷합니다.

■조리법 따라 달라지는 특색, 알싸한 매운맛 강조돼

뜨겁게 비비는 조리법(왼쪽)과 차갑게 비비는 조리법으로 각각 조리한 '팔도비빔면Ⅱ'. (사진=김성준 기자)

조리를 완료한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소스를 다 넣었는데도 잘 비벼졌는지가 헷갈릴 만큼 옅은 갈색 정도만 감도는데, 중간중간 박힌 건더기가 꽤 큼직한 것이 눈에 띕니다. 소스는 은은한 간장 냄새 사이로 후추와 마늘 섞인 향이 코를 훅 찌르고 들어오는데요. 전체적으로 매운 느낌이 강한 향입니다.

‘뜨빔면’을 먼저 먹어봤는데요. 냄새만 매운 것이 아니라 맛도 상당히 매운 편입니다. 뜨거운 면과 합쳐져서인지 매운맛이 훨씬 배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입안 전체가 얼얼해질 정도는 아니지만, 혓바닥에 착 붙는 듯한 매운맛 때문에 다른 맛이 크게 강조되진 않았습니다. 얼얼해진 혀 위로 간장 소스 특유의 단짠맛과 함께 감칠맛이 살짝 감도는 정도로, 간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면이 두꺼운 만큼 오동통한 식감 덕분에 얼핏 볶음 우동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차갑게 비빈 면은 온도 차이 때문인지 첫맛에서부터 매운맛이 훨씬 덜했습니다. 면발은 좀 더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인데, ‘뜨빔면’이 볶음 우동이라면 ‘차빔면’은 질기지 않은 쫄면에 가깝습니다. 두껍고 쫄깃한 면의 씹는 맛이 인상적이었지만, 맛은 조금 심심했는데요. 매운맛은 비교적 약하게 느껴지는데 간은 비슷하다 보니 어딘가 비어있는 맛입니다. ‘뜨빔면’보다 감칠맛이 더 선명하긴 한데, 맛 자체가 강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뜨겁게 먹어도, 차갑게 먹어도 각각 특색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콘셉트는 잘 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간장 소스의 ‘단짠’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존 ‘빨간 비빔면’보다도 훨씬 매운 데다, 매운맛을 제외하면 소스 맛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물론 기존 비빔면의 틀을 깼다는 점은 확실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출시 5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원조’ 팔도비빔면이 비빔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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