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의 고강도 DSR 규제가 시작됐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엔 ‘풍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규제로 인한 수요 이동 기대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실수요 위축과 정책 대출 축소, 미분양 누적이 지방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방에서 일부 분양 물량이 늘고 청약 경쟁률이 회복되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지만, 이는 지역별 편차가 큰 국지적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조적 수요 위축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건설사들에겐 실효성 있는 맞춤형 유인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사진=손기호 기자)

■ 정책 대출 축소로 실수요 위축…지방 수요엔 더 부담

DSR 3단계 등 대출 제한 조치는 수도권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것이지만, 지방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함께 추진된 정책 대출 축소는 지방의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 구매자를 위한 디딤돌 대출이나 전세 수요자를 위한 버팀목 대출 등 정부 지원 대출이 제한되면서 지방 무주택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전국적 정책대출 한도를 일괄 축소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디딤돌 대출은 최대 1억원, 버팀목 대출은 4000만~6000만원 줄었다. 지난 2023년 정책대출 공급액이 54조7000억원에 달했던 반면, 정부는 2025년 공급 목표를 40조원 내외로 감축한다는 목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방에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없이는 자금 유입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아파트는 대출 6억원을 끼고 살 만큼 비싼 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가 지방 수요를 자극하긴 어렵다”며 “정책 금융이 줄고 기대 심리도 낮은 상황에선 별도 유인책 없이는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미분양 적체와 자금난…지방 건설사의 이중고

문제는 이러한 대출 규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중소건설사엔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수요를 억제하더라도 그 반사이익이 지방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방 중소건설사에겐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다. 자금 조달 여건까지 악화되며 이들의 경영 불안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013가구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약 83%에 해당하는 2만2397가구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전북(42.3%), 광주(20.1%), 부산(5.4%) 등 주요 지역에서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미분양은 건설사의 회계상 재고로 남아 이자 부담과 PF 상환 압박을 일으켜 경영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환매조건부 매입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일시적으로 사줬다가 일정 기간 뒤 건설사가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운영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건설사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임시 조치지만, 다시 사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미분양 해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은 수요가 없기에 분양이 어렵고, 수도권도 규제로 인해 공급이 막혀버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결국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부터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일부 청약 온기…그러나 회복엔 역부족

일각에선 수도권 규제 강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방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7월 지방에서의 분양 예정 물량은 2만가구를 웃돌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충북, 부산, 충남, 대전 등 주요 지역에서도 신축 아파트 청약이 재개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실수요 유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산업단지 등 자족 기능이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도 제한적이다. 지방은 구조적으로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 문제를 안고 있어서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자체가 낮다. 특히 청약 열기와 달리 준공 후 미분양 적체는 여전히 심각하며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 회복 없이 지방 시장 전반이 살아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현재의 규제 기조를 유지하는 한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지방 수요를 살리려면 양도세 감면, 신규 분양 인센티브, 정책 금융 확대 등 별도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소장은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명확한 보상이 있어야 투자 수요가 움직인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번 DSR 규제 강화나 정책 대출 차단은 지방 수요를 살리기보단 전체적인 시장 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한적 분양 반등 기대는 있지만 일부 인기 지역에 국한된 흐름이라는 것이다. 실질적인 실수요 회복과 지방 중소건설사 회생을 위해선 보다 정교한 유인책과 지역 맞춤형 공급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