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15년 7월 최현만 당시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정중앙) 등 관계자들이 상장 첫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무려 9년전 공모가(7500원)가 사상최고가인 주식이 있습니다. 사실상 ‘제로’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9년 주가 수익률은 -31.3%. 주식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이 주식, 바로 미래에셋생명입니다. 보험업종 내에서도, 미래에셋이라는 그룹 내에서도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는 유난히 이질적인 흐름을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다름 아닌 자진 상장폐지입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어쩌다 투자자들이 자진상폐를 기다리는 주식이 됐을까요.
■ 마이너스 성장률에 제로 배당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5년 7월 주식시장에 처음 데뷔했습니다. 상장 당시만 해도 미래에셋생명은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며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삼성생명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 열기를 보이는 듯했죠. 하지만 정작 데뷔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며 출발하더니 결국 첫날 -2.16%라는 성적을 남기며 이후 주가 향방의 예고 아닌 예고편을 보여줬습니다.
실제 9년이 흐른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는 5000원선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2200원대까지도 떨어졌으니 구겨진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미래에셋생명은 투자 메리트가 결코 높지 않은 주식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최근 3년간(2022년 2분기-2024년2분기) 분기별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면 2022년 2분기와 3분기, 2023년 1분기, 2024년 1분기를 제외한 모든 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가 하면 동기간 순이익 성장률 역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기록한 횟수가 더 많습니다.
(사진=보험주 ROE 비교. 출처=토스증권 WTS)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 수준입니다. 삼성화재 12.2% 삼성생명 5.6% 등 업종 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기도 무색한 상황이죠.
보험주의 가장 큰 투자 포인트 중 하나인 배당은 어떨까요.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배당 규모 확대를 통해 배당성향을 50% 가깝게 늘렸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주당 배당금을 100원으로 확 줄이며 정반대 기조로 돌아서더니 지난 2021년 결산 배당을 끝으로 2년 연속 곳간을 걸어잠근 채 배당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30% 안팎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추가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고 그룹 내 미래에셋증권도 35%의 주주환원율 계획을 내놓은 것과는 대비되는 기조입니다.
■ 나홀로 '쇼핑중'인 미래에셋운용
소외됐던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올해 ‘반짝’ 튀어오른 적이 있습니다. 지난 2월과 6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험주가 급등하면서 동반 상승한 영향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매입 소식에 따른 효과가 컸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은 그간 지속적으로 미래에셋생명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9.19%였던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생명 보유 지분율은 8월 현재 14.84%까지 확대됐습니다.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동기간 0.99%에서 4.27%까지 지분 매입에 동참했습니다.
(8월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생명 지분 보유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증권가에선 이 같은 변화를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생명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한 초석으로 해석합니다. 미래에셋운용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확대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만 52.44%까지 커진 데에서 시작된 추론이죠. 자사주(26.29%)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그룹에서 보유한 지분만 80%에 육박합니다.
미래에셋운용은 미래에셋생명의 주가가 과도한 저평가 국면인 만큼 저가 매수 차원에서의 매입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성장성과 배당성 등 어떤 것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같은 해명은 시장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이유로 밝히고 있는 지배구조 강화 효과 역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생명은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으로 이어진 축의 가장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그 중심에 있는 캐피탈이나 증권 대비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컨설팅이 대주주로 있는 미래에셋운용을 통해 지분율을 추가 확대하는 것을 지배구조 안정성 목적으로 풀이하기에는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다는 겁니다.
■ 완전자회사 편입 가능성 열어두는 이유
이에 증권가는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그룹의 명확한 그림이 확인될 때까지 평가를 유보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을 커버리지로 둔 증권사들 중 상당수는 ‘Hold’ 의견을 제시한 채 향후 경영전략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그룹이 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항간에는 메리츠금융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미래에셋생명이 메리츠화재처럼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 파급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생명보험 업황이나 캐시카우로서 미래에셋생명의 미미한 존재감을 감안할 때 완전 자회사 편입이 큰 이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식시장에서 미래에셋생명의 사실상 유일한 매수 주체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만큼 완전 자회사 편입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불확실성이나 배당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주가를 당장 부양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주가 부진이 매수자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점만 놓고 보면 의도된 방치를 통해 완전 자회사 편입을 포함한 어떤 목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추측에 더 힘을 싣게 되는 묘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미래에셋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거버넌스 종국의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내부에서도 명확히 공유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다만, 주주환원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지가 명확하다는 점, 현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구간인 만큼 선매수 후 어느 순간, 득이 된다는 판단이 선다면 (완전자회사 편입이) 가능한 선택이라는 점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