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 그린'. (사진=제주개발공사) 국내 생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물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인식 자체가 낯설던 시절도 있었지만, 수돗물보다 ‘물맛’이 좋고 정수기와 달리 관리할 필요도 없다는 점 덕분에 생수 소비자는 계속 늘어났죠. 이제는 마트에서 무겁게 사 들고 올 필요 없이 집 앞까지 간편하게 배달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량 증가세를 부채질했습니다. 생수 제조사들에 시장 확대는 기꺼운 일이지만, 판매량 증가에 따른 고민도 떠안게 됐는데요.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판매량 증가는 곧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근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역행하기 때문이죠. 특히 생수는 물이라는 특성상 제품 차별화 요소가 크지 않아 ‘깨끗함’, ‘청정함’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제품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죠. 생수 용기에서 가장 먼저 바뀐 점은 ‘라벨’이었습니다. 기존 브랜드 이름과 디자인, 제품 관련 정보 등을 담았던 라벨이 사라지면서, 라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용이성까지 높일 수 있었죠. 완전히 투명해진 ‘무라벨 생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혼동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판매량이 쭉쭉 성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 무라벨 생수를 처음 선보인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의 경우, 첫해 무라벨 제품 점유율이 2%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51%로 과반을 넘어설 정도였죠. 하지만 라벨 제거만으로는 플라스틱 저감량에 한계가 있었고, 생수 제조사들은 용기 무게 다이어트에 몰두해야 했습니다. ■“가볍되 튼튼하게”…쉽지 않은 용기 다이어트 롯데칠성음료 '초경량 아이시스'. (사진=롯데칠성음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생수 용기에서 무게를 덜어내는 일은 언뜻 어렵지 않은 일처럼 보입니다. 단순히 용기를 좀 더 얇게 만들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죠.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좀 더 복잡하게 고려할 요인들이 있습니다. 무작정 용기를 얇고 가볍게 만들면 제품 내구성이 약화될 수 있고, 이는 여러 가지 부차적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생수는 보통 묶음 포장 상태로 별도 용기에 담기지 않고 유통되는데요. 제품 운반 과정에서나 판매를 위해 진열된 상태에서나 대개는 묶음 포장 상태 그대로 겹겹이 쌓아놓고는 합니다. 밑바닥에 깔린 생수는 제품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을 지탱해야 하죠. 소비자들 역시 가정에서 공간 제약으로 구매한 생수를 높이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품 내구성이 곧 소비자 편의성으로도 이어지는 셈입니다. 개별 제품 용기를 파손 등에 문제가 없는 수준보다도 훨씬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죠. 그렇다고 적재 방식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2단으로 쌓아 운반하던 생수 제품을 1단만 쌓아 운반할 경우 2배에 달하는 차량이 필요하게 되는데요. 최근 제품 원재료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가 자리 잡으면서, 물류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물류비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2배의 차량이 운반 과정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플라스틱 저감에 따른 친환경 효과를 상쇄하는 ‘조삼모사’ 상황이 될 수 있죠. 이 때문에 생수 용기는 단 1g의 무게를 덜어내는 데도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 감량을 넘어 새로운 방식을 접목하는 업체도 생겨났죠. 무라벨 생수를 가장 처음 도입했던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0월 용기 무게를 기존 제품 대비 18.9% 줄인 ‘초경량 아이시스’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과감한 다이어트에 따른 내구성 약화는 ‘질소 가스 충전’ 방식으로 만회했습니다. 제품 내부에 액체 질소를 충전하면 액체 질소가 기체로 바뀌며 내부 압력이 형성돼 용기 강도가 강화되는 원리죠. 국내 생산 생수 제품에 질소 충전 기술이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주삼다수는 용기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과 재생원료를 활용한 용기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선 내년까지 330ml와 500ml 제품은 약 10%, 2L 제품은 약 15% 가량 경량화할 계획이죠. 여기에 재생원료를 활용한 페트병 개발에도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재활용이 용이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연구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로, 환경부에서 재활용 페트 사용 관련 기준이 확정될 경우 빠르게 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용기 무게를 줄이면 물류비 증가는 물론 소비자 불편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친환경 제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요인을 고려해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쏭달쏭Y] 환경vs편의성, ‘생수병’에 담긴 치열한 고민

국내 생수 시장 성장세 따라 플라스틱 사용량도↑
플라스틱 저감 추세 발맞춰 ‘용기 경량화’ 과제로
감량과 물류비·편의성 상충…내구성 유지가 관건

김성준 기자 승인 2024.12.05 08:00 의견 0
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 그린'. (사진=제주개발공사)

국내 생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물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인식 자체가 낯설던 시절도 있었지만, 수돗물보다 ‘물맛’이 좋고 정수기와 달리 관리할 필요도 없다는 점 덕분에 생수 소비자는 계속 늘어났죠. 이제는 마트에서 무겁게 사 들고 올 필요 없이 집 앞까지 간편하게 배달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량 증가세를 부채질했습니다.

생수 제조사들에 시장 확대는 기꺼운 일이지만, 판매량 증가에 따른 고민도 떠안게 됐는데요.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판매량 증가는 곧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근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역행하기 때문이죠. 특히 생수는 물이라는 특성상 제품 차별화 요소가 크지 않아 ‘깨끗함’, ‘청정함’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제품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죠.

생수 용기에서 가장 먼저 바뀐 점은 ‘라벨’이었습니다. 기존 브랜드 이름과 디자인, 제품 관련 정보 등을 담았던 라벨이 사라지면서, 라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용이성까지 높일 수 있었죠. 완전히 투명해진 ‘무라벨 생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혼동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판매량이 쭉쭉 성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 무라벨 생수를 처음 선보인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의 경우, 첫해 무라벨 제품 점유율이 2%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51%로 과반을 넘어설 정도였죠. 하지만 라벨 제거만으로는 플라스틱 저감량에 한계가 있었고, 생수 제조사들은 용기 무게 다이어트에 몰두해야 했습니다.

■“가볍되 튼튼하게”…쉽지 않은 용기 다이어트

롯데칠성음료 '초경량 아이시스'. (사진=롯데칠성음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생수 용기에서 무게를 덜어내는 일은 언뜻 어렵지 않은 일처럼 보입니다. 단순히 용기를 좀 더 얇게 만들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죠.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좀 더 복잡하게 고려할 요인들이 있습니다. 무작정 용기를 얇고 가볍게 만들면 제품 내구성이 약화될 수 있고, 이는 여러 가지 부차적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생수는 보통 묶음 포장 상태로 별도 용기에 담기지 않고 유통되는데요. 제품 운반 과정에서나 판매를 위해 진열된 상태에서나 대개는 묶음 포장 상태 그대로 겹겹이 쌓아놓고는 합니다. 밑바닥에 깔린 생수는 제품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을 지탱해야 하죠. 소비자들 역시 가정에서 공간 제약으로 구매한 생수를 높이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품 내구성이 곧 소비자 편의성으로도 이어지는 셈입니다. 개별 제품 용기를 파손 등에 문제가 없는 수준보다도 훨씬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죠.

그렇다고 적재 방식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2단으로 쌓아 운반하던 생수 제품을 1단만 쌓아 운반할 경우 2배에 달하는 차량이 필요하게 되는데요. 최근 제품 원재료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가 자리 잡으면서, 물류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물류비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2배의 차량이 운반 과정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플라스틱 저감에 따른 친환경 효과를 상쇄하는 ‘조삼모사’ 상황이 될 수 있죠.

이 때문에 생수 용기는 단 1g의 무게를 덜어내는 데도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 감량을 넘어 새로운 방식을 접목하는 업체도 생겨났죠. 무라벨 생수를 가장 처음 도입했던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0월 용기 무게를 기존 제품 대비 18.9% 줄인 ‘초경량 아이시스’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과감한 다이어트에 따른 내구성 약화는 ‘질소 가스 충전’ 방식으로 만회했습니다. 제품 내부에 액체 질소를 충전하면 액체 질소가 기체로 바뀌며 내부 압력이 형성돼 용기 강도가 강화되는 원리죠. 국내 생산 생수 제품에 질소 충전 기술이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주삼다수는 용기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과 재생원료를 활용한 용기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선 내년까지 330ml와 500ml 제품은 약 10%, 2L 제품은 약 15% 가량 경량화할 계획이죠. 여기에 재생원료를 활용한 페트병 개발에도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재활용이 용이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연구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로, 환경부에서 재활용 페트 사용 관련 기준이 확정될 경우 빠르게 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용기 무게를 줄이면 물류비 증가는 물론 소비자 불편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친환경 제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요인을 고려해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