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인 하림산업 라면마케터가 5일 '더미식 오징어라면' 미디어 시식회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The미식)’ 시장 안착에 몰두하고 있는 하림이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와 거리 좁히기에 나선다. 더미식 론칭 4년차를 맞았지만 확실한 간판 제품이 없는 상황 속에서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해 제품 카테고리를 계속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5일 하림산업은 해물류 국물라면 신제품 ‘더미식 오징어 라면’을 출시를 맞아 미디어 시식회를 열고 제품 특징 및 향후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더미식 브랜드 모델 이정재와 함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는 신규 광고를 선보이고,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를 펼치며 브랜드 친밀도를 높힐 예정이다.
이날 제품을 소개한 윤아인 하림산업 라면마케터는 “신제품은 지난해 여름부터 개발을 시작해 오래 공들인 제품으로, 라면에 오징어 원물을 넣고 끓인 듯한 맛을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약 490억원 규모인 국내 해물라면 시장에서 20대~50대 대중 소비자를 공략해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미식 오징어 라면’은 기존 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한 매운맛 ‘더미식 장인 라면’과 달리 시원한 해물 육수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해물라면 제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동결건조한 오징어를 건더기로 넣어 쫄깃한 식감을 살렸고, 국물이 잘 배도록 기존 장인 라면보다 얇은 면발을 사용했다.
윤 라면마케터는 “이번 신제품은 김홍국 하림 회장도 많은 관심을 가졌고 제품 시식 후에도 ‘너무 맵지 않고 맛있다’며 좋아했다”라며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제품을 맛보고 경험을 주변에 공유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맛있긴 한데”…이번에도 발목잡는 가격
'더미식 오징어라면'. 사진=김성준 기자.
이날 시식한 ‘더미식 오징어 라면’은 기존 해물라면과 비교해 깔끔한 국물 맛이 돋보였다. 윤 라면마케터는 여러 가지 해물을 섞어 스프를 만드는 제품과 달리 오징어라는 재료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면발 역시 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오징어 건더기는 크기나 양이 기대보단 모자랐다. 전체적으로 충분히 맛있는 라면이었지만, 4봉 기준 8800원이라는 가격을 떠올리면 뚜렷한 차별화 요소가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하림산업은 ‘제품력’으로 가격 논란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원재료 맛에서부터 신경을 쓰고 그 맛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들여와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일단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하게만 하면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림산업은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한편, 제품 카테고리를 꾸준히 확대해 브랜드 외연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민주 하림산업 마케팅본부장은 “더미식이 아직 진입하지 않은 카테고리가 많은 만큼 내년 중 다양한 종류 제품 출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수출에 관련된 부분 역시 아직 준비 단계라 공개하긴 어렵지만 향후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는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주 하림산업 마케팅본부장이 더미식 마케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미식’을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장인라면’을 선보인 이래 신제품 출시를 이어 왔다. 2022년에는 유니자장면과 즉석밥, 국/탕/찌개 간편식을, 지난해엔 비빔면과 만두 등을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이는 실제 매출 성과로도 이어졌다. 2021년 216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3분기도 누적 매출도 6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8% 증가했다.
다만 매출 증가와 함께 영업손실도 꾸준히 늘었다. 하림산업 영업손실은 2021년 589억원,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이었다. 손실을 키운 것은 매출을 웃도는 매출원가와 매출에 맞먹는 판매관리비였다. 매출원가는 2022년 980억원에서 2023년 1158억원으로,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는 349억원에서 642억원으로 늘었다. 좋은 재료로 비싼 제품을 만들었지만 결국 제값을 주고 팔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하림산업 관계자는 “매출원가는 대외비에 해당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더미식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지 겨우 4년차로, 경쟁업체 업력과 비교하면 아직 성과를 내기엔 짧은 시간”이라면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착실하게 제품군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