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느냐, 먹히느냐. 생존경쟁은 최강자들에게만 치열한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3강의 꿈을 향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에게 2024년은 녹록치 않은 한해였습니다. 특히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7월 각각 'RISE'와 'PLUS'로 리브랜딩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름처럼 'RISE되지도, 'PLUS'되지도 못한 채 연말을 맞습니다. 브랜드를 교체하면서 발생한 각종 비용과 기존 브랜드 가치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ETF 시장에 때아닌 리브랜딩 바람이 몰아친 것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22년 1분기 4.9%였던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은 올해 3분기 7.6%까지 올라섰습니다. 3조6000억원 규모였던 순자산이 11조4700억원까지 무려 220% 늘었으니 급팽창하는 시장에서 실속을 톡톡히 챙긴 모범생임은 분명합니다. KB운용이 느낀 위기감은 더 컸을 겁니다. 불과 2년 전 한투운용(4.9%)을 크게 앞서고 있었는데 조만간 역전 당할 처지에 놓였으니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불안감은 상당했을 겁니다. 신한자산운용의 반격에 5위권에서 멀찌감치 밀려나버린 한화운용이 느꼈을 조바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요. 의지만큼 현실이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한투운용에서 김찬영 ETF사업본부장을 영입하며 격변을 예고했던 KB운용에게 아직까지 리브랜딩 효과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한화운용은 그동안 버텨오던 점유율 2%마저 붕괴됐습니다. 리브랜딩 이후 양사가 내놓은 '야심작'에 대한 시장 반응도 밋밋합니다. KB운용이 'RISE' 이름을 걸고 처음 선보인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는 아직 순자산 200억원 규모에 그칩니다. 한화운용의 'PLUS 글로벌방산'은 개업효과조차 누리지 못한 상황에서 계엄사태 이후 동력을 잃었습니다. 이대로라면 '긁어 부스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현재 시장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 고갈만 해도 버거운데 최근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는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바닥이 깊어진 만큼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정상화까지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결국 '상품 경쟁력'으로 귀결됩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금리인하기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ETF'를 선보이고 반도체 강세장에서 'ACE미국빅테크TOP7PlusETF'로 빠른 입소문을 탔듯이, 신한자산운용이 배당형 상품의 정석 'SOL미국다우존스배당ETF'로 틈새 반격에 성공했듯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도, 브랜드명에 담은 의미도 아니에요. 투자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짚어낸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많은 투자 성공 경험이 쌓이면 고객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차가운 시장 한복판에서 '리셋' 버튼을 누른 KB운용과 한화운용은 과연 투자자들에게 어떤 상품으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요. 시시각각 좁혀오는 추격자들을 따돌린 'RISE'·'PLUS'의 반전을 기대해봅니다.

[박민선의 View+] RISE는 ACE가 될 수 있을까

박민선 기자 승인 2024.12.09 14:13 | 최종 수정 2024.12.09 15:12 의견 0

먹느냐, 먹히느냐. 생존경쟁은 최강자들에게만 치열한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3강의 꿈을 향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에게 2024년은 녹록치 않은 한해였습니다.

특히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7월 각각 'RISE'와 'PLUS'로 리브랜딩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름처럼 'RISE되지도, 'PLUS'되지도 못한 채 연말을 맞습니다. 브랜드를 교체하면서 발생한 각종 비용과 기존 브랜드 가치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ETF 시장에 때아닌 리브랜딩 바람이 몰아친 것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22년 1분기 4.9%였던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은 올해 3분기 7.6%까지 올라섰습니다. 3조6000억원 규모였던 순자산이 11조4700억원까지 무려 220% 늘었으니 급팽창하는 시장에서 실속을 톡톡히 챙긴 모범생임은 분명합니다.

KB운용이 느낀 위기감은 더 컸을 겁니다. 불과 2년 전 한투운용(4.9%)을 크게 앞서고 있었는데 조만간 역전 당할 처지에 놓였으니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불안감은 상당했을 겁니다. 신한자산운용의 반격에 5위권에서 멀찌감치 밀려나버린 한화운용이 느꼈을 조바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요.

의지만큼 현실이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한투운용에서 김찬영 ETF사업본부장을 영입하며 격변을 예고했던 KB운용에게 아직까지 리브랜딩 효과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한화운용은 그동안 버텨오던 점유율 2%마저 붕괴됐습니다.

리브랜딩 이후 양사가 내놓은 '야심작'에 대한 시장 반응도 밋밋합니다. KB운용이 'RISE' 이름을 걸고 처음 선보인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는 아직 순자산 200억원 규모에 그칩니다. 한화운용의 'PLUS 글로벌방산'은 개업효과조차 누리지 못한 상황에서 계엄사태 이후 동력을 잃었습니다. 이대로라면 '긁어 부스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현재 시장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 고갈만 해도 버거운데 최근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는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바닥이 깊어진 만큼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정상화까지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결국 '상품 경쟁력'으로 귀결됩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금리인하기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ETF'를 선보이고 반도체 강세장에서 'ACE미국빅테크TOP7PlusETF'로 빠른 입소문을 탔듯이, 신한자산운용이 배당형 상품의 정석 'SOL미국다우존스배당ETF'로 틈새 반격에 성공했듯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도, 브랜드명에 담은 의미도 아니에요. 투자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짚어낸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많은 투자 성공 경험이 쌓이면 고객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차가운 시장 한복판에서 '리셋' 버튼을 누른 KB운용과 한화운용은 과연 투자자들에게 어떤 상품으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요. 시시각각 좁혀오는 추격자들을 따돌린 'RISE'·'PLUS'의 반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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