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래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계엄 여파로 연말연시 특수는 사실상 날아갔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국에 매출 감소 극복하겠다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눈치 보이고. 내년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불안이 팽배합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유통업계가 탄핵 정국 장기화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자칫 내년 사업 전망이 뒤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경기 부진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유통 기업들의 숨구멍을 조이고 있다. “정말 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유통기업들은 벌써부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년 상황을 불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려는 움직임 포착되고 있다. 이미 마무리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유통업계 A 관계자는 "문제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뾰족히 없다는 점"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끝날 상황이 아니다 보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내년 방향도 못 잡은 채 상당한 불안한 심정으로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 뒤부터 내후년까지 미칠 파장을 불안해하는 곳도 있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업체들의 경우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이 요동치면서 원자재값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B 커피업계 관계자는 "주요 수입 원재료인 원두는 선물 거래를 통해 통상 현재 가격이 6개월 뒤에 반영된다. 고환율 여파가 내년 중순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 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계속 이어질 경우 내후년 원유 가격 상승에 상당부분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심리에 민감한 유통업계 특성상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닫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로 '남는 돈' 없이 장사하는 실정인데,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필수적이지 않은 지출부터 씀씀이를 줄이고 나섰다. 서울에 거주하는 D씨는 "내년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란 걱정 때문에 최근들어 외식을 줄이고 택시도 안타기로 했다"면서 “내년 초에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환율 때문에 예상했던 비용이 거의 1.5배까지 불어나 일정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푸념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이후 탄핵심판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당에서 제시한 조기 퇴진 안조차 대선은 4~5월이 되어서야 치러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비심리 위축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리스크’로 계산기를 두드리던 기업들은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 처지다. 관세 부과 등 미국 정책 변경이 이뤄지는 시점에 정부가 컨트롤 타워 부재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이번 사태가 ‘K-푸드’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실제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오랜 시간 축적한 소프트파워가 충분한 체력을 가진 데다, ‘불닭’이나 ‘비비고’ 등은 이미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충분히 쌓았기 때문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한 치킨, 편의점이나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해외사업을 확대한 업체 등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K-콘텐츠가 하루아침에 쌓아진 게 아니다 보니 모래성처럼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후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흘러 가는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5, 정치리스크의 늪上] 기업 숨구멍 막은 계엄, 유통街 "내년도 한숨만"

계엄 후폭풍 닥친 유통업계, 불확실성 증대에 내년 시계 ‘깜깜이’
매출 감소 전망에도 뾰족한 해법 없어…중·장기 여파에도 촉각
소비 심리 위축, 정부 대응 부재 우려…"K푸드 영향은 제한될 것"

김성준 기자 승인 2024.12.11 13:57 | 최종 수정 2024.12.11 14:26 의견 0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래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계엄 여파로 연말연시 특수는 사실상 날아갔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국에 매출 감소 극복하겠다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눈치 보이고. 내년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불안이 팽배합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유통업계가 탄핵 정국 장기화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자칫 내년 사업 전망이 뒤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경기 부진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유통 기업들의 숨구멍을 조이고 있다. “정말 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유통기업들은 벌써부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년 상황을 불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려는 움직임 포착되고 있다. 이미 마무리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유통업계 A 관계자는 "문제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뾰족히 없다는 점"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끝날 상황이 아니다 보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내년 방향도 못 잡은 채 상당한 불안한 심정으로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 뒤부터 내후년까지 미칠 파장을 불안해하는 곳도 있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업체들의 경우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이 요동치면서 원자재값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B 커피업계 관계자는 "주요 수입 원재료인 원두는 선물 거래를 통해 통상 현재 가격이 6개월 뒤에 반영된다. 고환율 여파가 내년 중순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 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계속 이어질 경우 내후년 원유 가격 상승에 상당부분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심리에 민감한 유통업계 특성상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닫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로 '남는 돈' 없이 장사하는 실정인데,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필수적이지 않은 지출부터 씀씀이를 줄이고 나섰다.

서울에 거주하는 D씨는 "내년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란 걱정 때문에 최근들어 외식을 줄이고 택시도 안타기로 했다"면서 “내년 초에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환율 때문에 예상했던 비용이 거의 1.5배까지 불어나 일정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푸념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이후 탄핵심판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당에서 제시한 조기 퇴진 안조차 대선은 4~5월이 되어서야 치러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비심리 위축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리스크’로 계산기를 두드리던 기업들은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 처지다. 관세 부과 등 미국 정책 변경이 이뤄지는 시점에 정부가 컨트롤 타워 부재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이번 사태가 ‘K-푸드’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실제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오랜 시간 축적한 소프트파워가 충분한 체력을 가진 데다, ‘불닭’이나 ‘비비고’ 등은 이미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충분히 쌓았기 때문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한 치킨, 편의점이나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해외사업을 확대한 업체 등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K-콘텐츠가 하루아침에 쌓아진 게 아니다 보니 모래성처럼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후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흘러 가는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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