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기도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요즘은 장바구니 조금 담았다 싶으면 10만원은 우습게 넘어가요. 예전엔 국내산 콩두부만 샀었는데 이제는 그냥 중국산으로 사. 가격이 싸니까. 과일도 비싸서 손이 잘 안가요. 손녀딸이 딸기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지니 많이 사주질 못해.” 14일 오후 경기도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60대 A씨의 푸념입니다. 손녀딸에게 딸기를 양껏 못 사줘서 속상하다는 A씨의 마음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김장철엔 배추와 무 가격이 들썩이더니 설날을 앞두곤 배와 귤 등 과일 가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대형마트 기준 차례상 비용이 40만951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죠. 하지만 통계 수치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3.1%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며 4월부터는 2%대에 접어들었고, 9월~12월엔 줄곧 1%대를 유지했습니다. 연간 상승률을 따져봐도 2.3%로, 2022년 5.1%, 2023년 3.6%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7%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삼고 있는 2%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내 지갑 사정은 여전히 팍팍한 것 같은데, 이상한 일이죠. ■주요국 웃도는 의식주 비용, 이상기후로 '엎친 데 덮친 격' 전체 물가 지표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는 일정부분 한국 경제 구조가 가진 특성과도 연관돼 있는데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전체 물가 수준은 OECD 주요국 평균 정도지만, 의식주 비용은 주요국 평균보다 약 55% 높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식료품의 경우 쌀(113%), 돼지고기(112%), 사과(180%) 등 주요국 평균치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죠.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전체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통계치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내 농산물 생산성과 시장 개방도가 낮은 것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대규모 기업농 대신 영세 자영농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생산비가 비쌀 수밖에 없고, 자영농을 보호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수입을 제한하다 보니 대안으로 고를 선택지도 적다는 겁니다. 여기에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비효율적 유통구조가 더해지며 가격이 부풀려지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죠. 더 큰 문제는 최근 기후 변화 여파로 농축수산물 작황 변동성이 훨씬 심해졌다는 겁니다. 이상고온으로는 채소가 시들고 가축 및 양식어류가 폐사하고 집중호우로 과일 등 낙과 피해가 커졌습니다. 올해 사과와 배 등 과일류, 배추와 무 등 채소류 가격이 널뛰기를 한 것도 이상기후에 작물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었죠. 과채류의 경우 원래도 작황에 따라 가격 변화가 심한 품목이었는데, 이상기후 빈도가 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입니다. 이러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서민 계층에게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만큼, 정부도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당장 다가오는 설 장 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농·축·수산물을 최대 반값에 살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인 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죠. 대형마트 3사도 자체 할인을 적용한 행사 품목을 늘리며 정부를 거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관련해 손쓸 방법이 없는 데다, 농축수산업 생산성 및 시장 개방 등에 대해서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매입으로 유통단계를 줄이고 농가와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이라 하긴 어렵다”면서 “이상기후를 개별 국가나 기업이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스마트팜 등 기후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 혁신 정도가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알쏭달쏭Y] “물가 안정세라는데”…여전한 장바구니 부담 왜?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3%로 안정세…체감 물가 괴리는↑
OECD 대비 의식주 비용 55%↑…낮은 생산성·개방성, 유통구조 영향
기후 변화 여파로 작황 변동성 갈수록 커져…”완전한 해결책 어렵다”

김성준 기자 승인 2025.01.14 17:30 의견 0
14일 오후 경기도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요즘은 장바구니 조금 담았다 싶으면 10만원은 우습게 넘어가요. 예전엔 국내산 콩두부만 샀었는데 이제는 그냥 중국산으로 사. 가격이 싸니까. 과일도 비싸서 손이 잘 안가요. 손녀딸이 딸기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지니 많이 사주질 못해.”

14일 오후 경기도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60대 A씨의 푸념입니다. 손녀딸에게 딸기를 양껏 못 사줘서 속상하다는 A씨의 마음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김장철엔 배추와 무 가격이 들썩이더니 설날을 앞두곤 배와 귤 등 과일 가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대형마트 기준 차례상 비용이 40만951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죠.

하지만 통계 수치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3.1%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며 4월부터는 2%대에 접어들었고, 9월~12월엔 줄곧 1%대를 유지했습니다. 연간 상승률을 따져봐도 2.3%로, 2022년 5.1%, 2023년 3.6%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7%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삼고 있는 2%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내 지갑 사정은 여전히 팍팍한 것 같은데, 이상한 일이죠.

■주요국 웃도는 의식주 비용, 이상기후로 '엎친 데 덮친 격'

전체 물가 지표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는 일정부분 한국 경제 구조가 가진 특성과도 연관돼 있는데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전체 물가 수준은 OECD 주요국 평균 정도지만, 의식주 비용은 주요국 평균보다 약 55% 높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식료품의 경우 쌀(113%), 돼지고기(112%), 사과(180%) 등 주요국 평균치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죠.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전체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통계치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내 농산물 생산성과 시장 개방도가 낮은 것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대규모 기업농 대신 영세 자영농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생산비가 비쌀 수밖에 없고, 자영농을 보호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수입을 제한하다 보니 대안으로 고를 선택지도 적다는 겁니다. 여기에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비효율적 유통구조가 더해지며 가격이 부풀려지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죠.

더 큰 문제는 최근 기후 변화 여파로 농축수산물 작황 변동성이 훨씬 심해졌다는 겁니다. 이상고온으로는 채소가 시들고 가축 및 양식어류가 폐사하고 집중호우로 과일 등 낙과 피해가 커졌습니다. 올해 사과와 배 등 과일류, 배추와 무 등 채소류 가격이 널뛰기를 한 것도 이상기후에 작물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었죠. 과채류의 경우 원래도 작황에 따라 가격 변화가 심한 품목이었는데, 이상기후 빈도가 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입니다.

이러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서민 계층에게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만큼, 정부도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당장 다가오는 설 장 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농·축·수산물을 최대 반값에 살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인 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죠. 대형마트 3사도 자체 할인을 적용한 행사 품목을 늘리며 정부를 거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관련해 손쓸 방법이 없는 데다, 농축수산업 생산성 및 시장 개방 등에 대해서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매입으로 유통단계를 줄이고 농가와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이라 하긴 어렵다”면서 “이상기후를 개별 국가나 기업이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스마트팜 등 기후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 혁신 정도가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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