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OIL)
에쓰오일은 트럼프 1기 시절 ‘적자전환의 해’를 보냈다. 미국의 에너지 수입 규제와 통상압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에쓰오일은 ‘샤힌프로젝트’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부활이라는 호재 속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침체, 그리고 트럼프는 여전히 복병이다.
여전한 '미치광이 전략'····적자전환 과거 떠올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2016년, 에쓰오일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인 1조69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질주하는 실적에 ‘화석연료 부활’을 내세우며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트럼프의 정책은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였다.
집권 초기,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커져 실적 개선을 기대됐다. 그러나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교역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2017년 20조8914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6조8298억원으로 1조373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영업손실 1조991억원로 전락했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언행에 세계 증시가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재확인하며 ‘반값 에너지’ 실현을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1기 정책 흐름으로 미루어보아 정책방향을 읽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각 상황에 따라 시나리오 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변덕스러운 정책, 리스크 분산 어려운 에쓰오일 '불안'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은 최근 번복된 캐나다에 대한 관세 정책에서도 확인됐다. 당초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고관세 조치 예고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반사이익이 기대됐지만 지난 5일 돌연 관세 부담 조치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캐나다 원유에 고관세가 적용되면 국내 정유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를 들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변덕스러운 전략 탓에 관세 전쟁이 언제 어떻게 다시 시작될지 예측할 수 없다.
관세 전쟁이 시작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은 다양한 수입처를 확보해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에쓰오일은 상황이 다르다. 원유전량을 사실상 사우디로부터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아람코의 자회사 AOC(Aramco Overseas Company B.V)다. AOC는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2년 사우디 아람코와 장기 원유 구매 20년 장기 계약을 맺어 수입처 다변화가 쉽지 않다.
환율로 인한 환차손은 내수 비율이 높은 에쓰오일에 부담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정책에 대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올해 1~3분기 내수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인 45%다.
샤힌프로젝트로 사업 다변화·느린 탈석유화 해결
정유업계는 경기 변동성이 큰 시장 특성을 고려해 부담을 덜고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탈석유화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가운데 에쓰오일의 속도는 다소 느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정유 부문이 자치하는 매출은 전체의 78.9로 나머지는 석유화학 12.7%, 윤활 8.4%를 차지했다. 전년과 전전년 연간기준 정유비율은 각각 79.0%, 80.1%로 3년에 걸쳐 변화가 거의 없다.
에쓰오일은 ‘샤힌프로젝트’의 완공으로 석유화학 비중을 25%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연간 에틸렌 생산량 기준 180만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 관련 설비를 갖출 수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나, 아시아 역내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이 견고하게 지속되고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강화함에 따라 석유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석유 수요는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설비 순증설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장기적으로 수급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