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놓인 수출용 차량.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비관세 교역 분야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소식이다. 다만 한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정책이 오히려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했으며, 동시에 오는 4월 2일부터 자국 내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부과 시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인해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 기아 등 주요 국내 완성체업체들은 대미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약 638억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달러(50.89%) 수준이다.
다만 상호관세는 보편관세와 달리 개별 국가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는 돌파구가 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보편관세는 모든 품목을 상대로 동일한 관세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양자 회담 등을 통한 협상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상호관세는 양국 간 협상을 통해 특정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를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특히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협상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적용을 완화하거나 면제받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등 국내 실무진이 지난 17일 미국을 방문했으며, 이들은 본격적인 대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박 차관보는 "미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상대국"이라며 "미국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입장과 의견을 설명해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미국이 중국·인도·EU 등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경우, 되려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환경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EU의 경우 미국의 수입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반면 미국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관세가 10%로 상승하면 EU의 차량은 대당 300만~400만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다른 무역적자 대상국과 달리 불공적 무역행위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관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되려 자동차 등 국산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보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그간 정부의 대응 전략은 대미(對美) 양자 간 무역관계 분석과 기업의 피해 축소 등에만 치중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 수출상품시장 내 무역전환효과를 위한 기회요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