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현대차 아이오닉 5 N. (사진=미 의회, 현대차)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자동차에도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업계와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에서 자동차·의약품 분야가 예외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와 함께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국 내 제조업 보호를 내세우며 무역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 아래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 고율 관세 부과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 조항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적자를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체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약 638억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달러(50.89%)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그간 무관세로 조달하던 한국산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이미 원가 부담 가중이 예고됐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에서 원자재를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 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데, 핵심 원자재인 알루미늄 등의 가격이 오르면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관세가 부과되면 현지 경쟁력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기업은 지난 2012년 체결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승용차의 경우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관세 적용 시 차량 가격 역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조지아 메타플랜트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이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관세 부과에 대비해 미국 내 생산량을 늘려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50만대)와 앨라배마공장(33만대), 조지아공장(35만대)의 연간 생산능력 늘려 현지 생산량을 최대 118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이 170만대가량임을 감안하면 약 70%에 가까운 수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이 자동차 관세 부과의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미국이 한미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협상용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백악관이 지난 2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205억달러)와 현지 공장 HMGMA를 '관세 카드 효과의 모범사례'로 꼽은 것도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이에 더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관세와 관련해 "백악관이 다르게 대응할 일부 분야가 있으며, 그 중에는 자동차·반도체 분야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에서 수입 자동차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13일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정책 발표 세부사항에 따라 국내 정부·기업의 대응책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