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주 공장 전경.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국내 타이어 3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치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높은 수요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들어 미국 트럼프 발 '관세폭탄' 우려가 커지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미국내 생산'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로 인해 미국 현지 생산공장 유무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타이어 3사, 역대 최대 실적…고가 제품군이 견인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9조4119억원, 영업이익 1조76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3%, 영업이익은 32.7% 증가했으며,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지난해 매출액 4조5381억원, 영업이익 5906억원을 거두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43.7%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넥센타이어는 매출 2조847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 증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미국 현지 유통망 한 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7.9% 감소한 172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영향인 만큼 곧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넥센타이어 측의 설명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는 북미 지역 매출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의 높은 비중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2.3%p 상승한 46.5%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역시 고인치 타이어 비중은 각각 42%, 35.9% 수준이다.

크기가 큰 타이어는 주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나 전기차에 장착된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타이어도 특수한 설계가 필요하며, 일반 타이어에 비해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이에 더해 전기차 타이어 교체주기가 도래해 교체용 타이어의 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19년 약 230만대에서 지난 2021년 670만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차의 타이어 교체 주기는 약 2~3년으로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교적 짧다. 이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 변수는 '트럼프'…미국내 생산규모가 '관건'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보편 관세'가 올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모든 수입산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가 부과되면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사의 북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타이어 26%, 금호타이어 32%, 넥센타이어 25%에 달한다. 특히 북미 지역은 고인치 타이어 비중이 높은 SUV, 전기차 선호도가 높은 시장인만큼 수익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미국 현지 내 공장 가동 유무가 '관세 폭탄' 피해를 막을 방파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타이어 3사 중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넥센타이어는 해외 공장에서 미국 수출 물량을 전량 담당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관세 폭탄에 대비해 현재 공사 중인 미국 테네시 주의 생산공장 증설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존 생산량을 500만본에서 내년 초까지 1200만본으로 확대하고, 현지 생산 물량을 최대치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지 조지아 공장을 지속 운영하되, 향후 정책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북미 물량은 미국 조지아, 베트남, 국내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며 "향후 관세 부과시 받게 될 영향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대응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현지 생산공장 부지 선정을 위해 다른 공장들과의 인수 합병 등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23년 1조8000억원을 들여 신규 공장 건설을 계획하다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보다 신중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생산공장을 운영하더라도 현지 공급물량을 전부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일정 수준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