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박은영마라마파두부덮밥'.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해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열풍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예약이 폭주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고,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레시피를 구현한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메뉴 개발 과정에 셰프들이 직접 참여한 협업 상품 역시 꾸준히 등장하고 있죠.

편의점은 이러한 ‘흑백요리사’ 열풍 확산의 주역이었습니다. 방송에 등장한 레시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은 커졌지만,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를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었죠. 접근성이 높아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 상품은 이런 상황에서 훌륭한 대체재가 됐습니다. 특히 다른 메뉴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에 ‘셰프 레시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협업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스타 셰프와 협업한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스타 셰프 레시피를 맛보길 원하는 수요가 꾸준한 만큼, 화제성은 물론 맛과 품질까지 담보할 수 있는 협업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전략이죠. 실제로 지난 1월 정지선 셰프, 안유성 셰프와 손잡고 선보였던 푸드와 안주 상품 7종은 한달만에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셰프 협업 간편식 상품을 추가로 선보였는데요. 또 다른 흑백요리사 출연자 박은영 셰프와 협업한 '박은영마라마파두부덮밥'입니다.

■얼얼함 가미된 한국식 마파두부, 고기·두부로 씹는 재미 더해

세븐일레븐 '박은영마라마파두부덮밥' 구성물. (사진=김성준 기자)

중국 사천지방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인 마파두부는 특유의 매콤 짭짤한 맛 덕분에 ‘밥도둑’ 메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사실 주변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마파두부는 대개 ‘한국식’으로, 우리네 입맛에 맞게 좀 더 부드럽고 짭짤한 방향으로 변형됐는데요. ‘산초’를 활용한 원조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 보다는 고추장·고춧가루에 기반한 ‘익숙한 매콤함’이 주를 이루죠. '박은영마라마파두부덮밥'은 이런 ‘한국식 마파두부’에 인기있는 ‘마라’를 더해 변주를 줬는데요. 익숙한 매콤한 맛을 바탕으로 마라 특유의 알싸한 맛이 더해진 풍미를 담았습니다.

제품은 즉석밥과 소스가 든 파우치, 덮밥을 비빌 큼직한 용기와 접이식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구성됐습니다. 즉석밥과 소스를 전자레인지에 함께 데우고, 용기에 부어 비비면 되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단촐한 제품 구성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소스인데요. ‘빨간 덮밥류’ 레토르트 제품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매콤한 냄새 속에 은은한 마라향이 섞여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 조리를 마친 '박은영마라마파두부덮밥'. (사진=김성준 기자)

붉은색을 띠는 걸쭉한 소스에는 잘게 갈린 고기와 콩알 정도 크기 고기가 고르게 분포돼 있었고, 한입 크기 두부도 10개쯤 포함돼 있는데요. 용기에 밥을 넣고 그 위로 소스를 부으면 꽤 그럴싸한 마파두부덮밥 모습이 연출됩니다. 전체적인 소스 양도 밥을 잘박하게 비비고 조금 남을 만큼 넉넉한 편입니다. 소스는 매콤하고 짭짤한 맛을 바탕으로 은은한 단맛과 함께 마라 특유의 얼얼함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마라맛이 또 아주 강한 편은 아니라서, 마라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라도 큰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소스 맛은 상당히 자극적인 편이지만, 그 속에서도 건더기들은 충분히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덩어리진 고기는 작지만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을 냈고, 부드럽게 부들거리는 식감의 두부에는 짭짤하게 간이 잘 배어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느껴지는 고기와 두부의 서로 다른 식감이 씹는 재미를 더해줬고, 두부 특유의 담백한 맛은 매운맛을 꽤나 중화시켜서 입안과 혀에서 느껴지는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전반적으로 ‘밥도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간편히 한끼를 해결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메뉴입니다. 매콤하고 얼얼한 맛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먹어볼 만하죠. 특히 스타 셰프 레시피를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한 강점입니다. 다만 비슷한 유형의 덮밥류 제품들 중에서는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인데요. 같은 가격대 편의점 도시락 제품과 비교하면 풍성함 면에선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