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올해 초 가게통합·울트라콜 종료 등 굵직한 서비스 및 요금제 개편을 발표하면서 업주들 간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거세게 비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기회'라며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어서다. 배민 요금제 개편 앞두고 업주들간 '동상이몽'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및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이하 공플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 등은 지난달 20일 우아한형제들 본사를 방문해 기자회견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어 24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관련 협단체와 함께 방문했다.
업주단체는 "최근 배민이 발표한 요금제 개편으로 자영업자가 더 큰 수수료 부담 위기에 몰렸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배민에 사회적 대화에 나서라는 요구를 했다. 공플사는 아예 회사 앞에 천막을 세우고 지난달 말일까지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외식업 현장에서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업주들이 요금제 개편으로 인한 향후 배달장사 전략에 대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거나, 기존 광고상품 종료로 발생하는 비용 절감 또는 다른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는 글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울트라콜이나 가게배달 비중이 높았던 지방에서는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없어지는 광고비, 수수료 인하분 어디에 쓸까"…고심하는 업주들, 왜?
배민이 오는 4월부터 지역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힌 '울트라콜'은 월 최소 8만원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의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일명 '깃발꽃기')시키고 음식 주문을 받도록 한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지방은 주문이 발생하는 지역이 한정적이라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깃발꽂기 경쟁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방은 주문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어, 매출 대비 깃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이에 지방 업주들은 울트라콜 종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기회로 삼아 살 길을 찾고자 하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업주 커뮤니티에서 한 업주는 "단가가 낮으니 오히려 정률제가 이득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울트라콜로 나가는 월 비용만 수십만원인데도 사실 광고 효용은 의문이었는데, 깃발로 쓰던 비용을 수수료 낮은 포장주문 수 확대에 투자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배민이 자체배달인 배민1에 적용한 수수료 상생안 역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배민이 적용한 상생안에 따르면, 매출 규모에 따라 기존 9.8%에서 낮아진 2%~최대 7.8%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가게배달의 대표 상품인 울트라콜은 종료되고, 자체배달 배민1 수수료는 대략 인하되는 것이다. 커뮤니티나 현장 반응을 살피면, '배민과 쿠팡이츠가 모두 정률제로 거의 같아진 상황이라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오는 쪽으로 합쳐야겠다'는 업주부터, '오히려 수수료가 가장 낮은 가게배달의 오픈리스트를 더 늘리겠다'는 등 각자 살 길을 찾기 위해 분주해졌다.
한 업주는 "우리 가게는 매출 규모 상위 35%에 포함돼 배민1 수수료가 7.8%로 적용됐는데, 그냥 주문수가 더 많은 배민1에 집중할지 아니면 깃발에 들어가던 비용을 가게배달 고객 배달팁 할인 등에 투자해 좀 더 낮은 수수료 혜택(오픈리스트 6.8%)을 볼지 고민중"이라고 현황을 전했다.
■배민의 결정 배경 사실은…자체배달 시장 확대에 울트라콜 효과 '뚝'
그러나 여전히 일정 비용만 부담하면 노출이 보장되고, 주문수가 늘어남에 따라 업주 이익폭이 늘어날 수 있는 울트라콜 상품 종료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정률제로 가면, 매출이 늘수록 수수료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커뮤니티 등에서는 업주들간 입장 차가 댓글 공방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목격됐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대다수 업주에게 도움이 되거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이번 울트라콜 종료는 이미 자체배달, 정률제 위주로 체질이 바뀐 배달앱 시장에서 업주나 고객에게 더 이상 비용 만큼의 효용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상품/서비스 구조를 개편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게배달’ 울트라콜의 광고 효과는 떨어지는 추세다. 쿠팡이츠의 배달앱 진출 이후 배달앱이 주문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배달(Owned Delivery, 이하 OD)’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부터다. 동일 가게 중복노출 문제로 인한 고객 및 업주 모두의 불편, 비효율 문제 역시 배민의 복잡한 상품 및 서비스 구조로 인한 고질병으로 거론돼 왔다.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가게가 여러개 노출되고 리뷰, 메뉴 구성 등도 다 달라 헷갈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주는 업주대로 이로 인한 고객 불만 및 문의에 대응해야 하고, 가게 관리 역시 업주가 시스템상에서 같은 가게더라도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배민이 쿠팡이츠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요기요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월 이용자 수(MAU) 1000만을 돌파하면서, 1위인 배민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1월에도 배민은 결제추정액이 9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하며 1조원대가 무너진 반면 쿠팡이츠는 전년(2700억 원)보다 113.3% 신장한 575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배달 100% 구조에 정률 요금제 하나만을 채택하는 쿠팡이츠에 비해 배민은 상품 및 서비스나 요금제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비효율이 축적되고 빠른 서비스 경쟁력 확대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