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홈플러스)
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인수 후보들의 등장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일주일 안에 법원에 제출해야 했던 홈플러스로서는 숨통이 트였으나 후보들의 자금력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본입찰까지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진짜 인수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말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현재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 등 두 곳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26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계획이다. 인수 후보가 확보된 만큼 연장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AI와 부동산이 뛰어든 인수전…유통은 빠졌다
두 기업의 재무 구조와 업력만 보면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하렉스인포텍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유비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중소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억원·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함께 이름을 올린 스노마드는 부동산 임대·개발업체로 명선개발의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냈지만 순손실이 73억원에 달했다. 따라서 자산 총계는 1597억원 수준으로 6조8000억원 자산과 2조9000억원 부채를 보유한 홈플러스 인수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선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유는 단순한 ‘참여 의사’ 이상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LOI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전 의향서로 매각주관사가 운영하는 데이터룸(Data Room)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 자격을 의미하는데, LOI를 내야만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점포 자산·부채 내역 등 핵심 경영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컨소시엄 구성이나 투자 제안 단계에서 ‘초기 참여자’로 포함될 명분을 염두하고 인수보다 ‘정보 접근권’을 얻는 게 더 큰 목적이 깔린 것 아니냔 것이다.
또 대규모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면 기업 인지도와 신뢰도가 함께 높아지는 시장 노출 효과 노림수도 깔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한다’는 신호를 주는 수단으로 LOI 제출을 활용하기도 한다.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대표는 “홈플러스의 유통망에 AI 에이전트 기반의 직거래 경제 모델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라며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 경제의 글로벌 레퍼런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 인수에 대한 노조 반발도 심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 4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두 개 기업 중 하나는 연 매출 5억원의 AI 기업, 다른 하나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MBK의 ‘먹튀 시나리오’에 들러리로 참여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 홈플러스를 살릴 골든타임”이라며 “정부는 즉각 공공적 인수와 고용·영업 승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농성을 재개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MBK파트너스 사무실과 대통령실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오던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은 9월 중단 이후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정치권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이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위 국정감사에선 여야 의원들이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농산물 유통망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내부 검토는 없지만 한 번 보겠다”고 답하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