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주류 매장. (사진=김성준 기자)

면세업계가 2리터 주류 면세한도를 가득 채울 수 있는 500ml ‘미니어처 위스키’ 제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2병으로 제한됐던 면세 주류 반입 기준이 완화되면서 선물용·시음용 등 다양한 소용량 위스키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반적인 업황이 어려운 만큼 ‘매출 효자상품’ 위스키 판매량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늘(21일)부터 해외 여행객 주류 면세 한도 기준을 일부 완화한다. 기존 해외 여행이 면세로 반입할 수 있는 주류 한도는 미화 400달러 이하, 최대 2병·2리터였는데 이중 병수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주요 위스키 브랜드는 750ml 용량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은 위스키 2병(1.5리터)을 구매하면 2L 용량 제한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었다.

이에 발맞춰 면세업계에서도 500ml 소용량 위스키 제품 확보를 위해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기존 500ml 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던 위스키 브랜드들과 제품 출시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단독으로 유치한 위스키 브랜드 소용량 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담당 MD들이 위스키 브랜드에 소용량 위스키 발주 가능 여부를 타진하는 중이다.

면세업계는 이번 ‘2병 제한’ 폐지로 인해 위스키 판매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스키만 구매할 경우 750ml 위스키 2병에 500ml 위스키 1병, 500ml 위스키 4병 등 2리터 제한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기념품으로 구매한 해외 전통주 등 타 주류와 위스키를 섞어서 반입하는 경우에도 기존보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소비자 구매 선택폭이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500ml 소용량, 미니어처 등 다양한 용량 주류 제품 수요가 늘어나며 상품 다양화는 물론 추가 판매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위스키 지속 성장…’개별 여행객’ 바람에 차별화 수요도↑

신세계면세점이 선보인 독립병입 위스키 '동방명' 신세계DF 에디션 3종. (사진=신세계면세점)

면세업계는 그간 위스키 상품 차별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성장세가 한풀 꺾인 국내 위스키 시장과 달리, 면세점에서는 위스키 매출이 우상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 2024년 위스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반입 병수 제한 폐지로 위스키 판매량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수입 위스키에는 72%에 달하는 주세를 비롯해 관세 20%, 교육세 30%, 부가가치세 10% 등 다양한 세금이 붙는다. 소비자가 기준으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인데, 위스키는 가격대가 높은 만큼 세금 부담도 훨씬 크게 부담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면세점 위스키는 기념품이나 선물 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

최근 면세점이 어려운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 ‘차별화 요소’ 강화에 나서면서 특별한 위스키에 대한 수요는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면세업계는 독특한 위스키 브랜드를 단독으로 론칭하거나, 희소가치를 높인 한정판 위스키 제품을 출시하는 등 ‘위스키 마니아’들을 공략 중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개별 여행객으로 해외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특정 국가·공항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위스키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희귀하고 프리미엄한 위스키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굴 및 입점시키고 있다. 지난해 'TBWC 스프링뱅크 19년', '글렌피딕 31년 그랑 샤또' 등 단독 위스키가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글렌알라키 12년 신세계DF 에디션', 독립병입 대만 위스키 '동방명 신세계DF 에디션' 3종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위스키 브랜드별 특별 플래그십 스토어를 마련하고 시음 행사 등 고객 체험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위스키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감에도 면세업계는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이번 조치로 위스키 판매량이 늘더라도 당장 악화된 업황을 뒤집진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용량과 가격 제한도 유지되는 만큼 극적인 판매량이나 매출 증가 효과를 거두긴 어려운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주류 용량이나 가격 한도 등에서도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주류 면세상품이 지닌 이점이 커졌고, 위스키 등 고가 주류가 실제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다만 주류 용량이나 가격 면에서 구매 한도는 변동이 없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완화를 시켜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