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피린.사진=동아제약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1897년 국내 첫 제약기업인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이 등장한 이래 130여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생명의 구제'에서 시작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의 건강한 삶'을 향한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역량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단일 브랜드 '연매출 1조'란 '블록버스터 제품' 탄생 신화를 쓰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주요국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들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에 뷰어스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토대를 다지고 성장을 견인한 각 기업들의 장수브랜드 발자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감기 조심하세요~!" 올해 발매 64주년을 맞은 동아제약의 판피린은 우수한 제품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감기약' 대명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판피린은 한국전쟁(6·25)을 막치르고 국민 대부분의 영양상태가 나빠 가벼운 감기만으로 모두 앓아눕는 사람이 무수했던 시기에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동아제약에 입사해 만든 첫 번째 약입니다. 1956년 품목 허가를 받은 후 1961년 첫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대한민국 대표 감기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판피린'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전체'를 의미하는 '판(PAN)'과 발매 당시 해열제의 주요 성분이던 '피린(Pyrine)'을 조합해 탄생했습니다. 처음엔 알약으로 시작해 주사제(1966년), 시럽제(1973년) 등도 발매됐습니다. 주요 제형인 '액상' 형태는 1963년 판피린 내복액으로 시작됐습니다.
판피린은 감기·몸살·두통에 잘 듣는 ‘한국인의 초기 감기약’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한 채 시대 흐름에 발맞춘 제품 개발을 지속했습니다. 1990년 ‘강하게’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포르테(Forte)’의 첫 글자를 딴 판피린에프(F), 2004년 기존 판피린에프에 허브 성분을 첨가한 판피린 허브, 2007년 ‘빠르게 낫게 한다’는 뜻의 퀵(Quick)을 강조한 지금의 판피린Q를 출시했습니다. 또한 2012년부터는 안전상비 의약품 제도 도입에 따라 판피린 티 정(3정)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히 1966년 발매된 판피린 코프는 1973년 10억원 이상의 생산실적으로 박카스D액에 이어 국내의약품 생산실적 2위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판피린은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스테디셀러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2022년 기준 판피린Q는 연간 1억병 이상 판매되며 1초당 3병씩 소비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연간 매출은 2021년 373억원, 2022년 483억원, 2023년 479억원, 2024년 46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으로 새로운 세대와 소통
1990년대 판피린 인쇄광고.사진=동아제약
우수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 판피린은 다양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저변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감기조심하세요~’ 광고 카피는 겨울철만 되면 곳곳에서 인용되며 감기약하면 판피린이 떠오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브랜드의 성장과 동시에 광고에 출연한 판피린 걸 캐릭터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습니다. 머리에 빨간 물방울무늬 두건을 두르고 광고 문구를 따라 하는 패러디가 유행하기도 했지요.
지난해에는 신세계가 만든 Z세대 가상 인간 ‘와이티’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판피린 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판피린의 고유 무늬인 물방울무늬를 팝아트적 요소로 제작해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 트렌드에 발빠르게 적용했습니다.
2024년 11월 판피린 광고 모델로 발탁된 배우 고민시.사진=동아제약
또한 판피린은 시대에 맞춰 패키지에도 변화를 주면서 브랜드의 상징성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지난 2022년 15년 만에 교체된 패키지 디자인은 브랜드의 대표 컬러 빨강, 파랑, 골드 3색 컬러에 각각 보호·생명력, 치유·신뢰, 넘버원 브랜드라는 의미를 부여했고 판피린의 캐릭터인 두건을 두른 소녀 이미지는 현대적인 스타일로 변경해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최근에는 대세 MZ세대 배우인 고민시를 내세운 신규광고를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 층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동아제약은 64년 동안 판피린을 대한민국 감기약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고객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판피린을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는 대표 감기약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