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지정을 예고하면서 발행어음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2017년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이 공식화되면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등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이 예고한 조달자금에 대한 운용룰 변경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발행어음 시장 향해 5개사 '진격'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행어음 사업 신청을 준비 중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총 5곳이다.

일찌감치 초대형 IB로 지정된 삼성증권을 포함해 이들은 현재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자격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모두 넘기고 있다. 최근 종투사 제도 개선안을 구체화한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심사 문턱 상향을 공식화한 것이 증권사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초대형 IB 지정시 가능해지는 사업 영역 중 대표적인 부분은 발행어음 사업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신용을 담보로 발행한 1년 만기의 단기 상품으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수요와 최근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좋은 투자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발행어음 시장은 잔고 기준 1위를 기록 중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지난해말 기준 17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미래에셋증권(7.5조원)과 NH투자증권(6.6조원), KB증권(10.1조원)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꾸준히 연 4% 중후반대 수익률을 보장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 중이다.

시장에선 삼성증권 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경쟁사들과 함께 초대형 IB에 지정됐지만 그동안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잡혀 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SNI서비스를 기반으로 거액자산가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발행어음 영위 4개사의 평균 한도소진율(62%)과 예상 스프레드 1.5%p를 적용하면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관련 예상 연수익은 13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당국이 새롭게 제시한 기준에 맞게 스터디하며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인가를 받게 되면 실제 자금 운용과 상품화 등 작업을 위해 본격적인 TF 등이 꾸려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브로커리지 1위 하우스인 키움증권 역시 리테일 기반의 자산관리(WM) 영역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는 만큼 발행어음을 통해 상품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은 발행어음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주목하며 종합금융팀을 통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 및 발행어음 인가 획득에 집중하고 있다.

■ 달라지는 모험자본 투자, 증권사 편차 키울 듯

다만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관련 조항이 향후 판도를 결정지을 변수다. 당국은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통해 종투사들 전체 운용 자산 가운데 25%를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하도록 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모험자본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바꾸고 이전 대비 투자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당국의 개선안에 따르면 모험자본은 기존의 벤처캐피탈(VC)과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과 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등도 포함돼 있다.

한 증권사 종합금융 담당 임원은 “모험자본에 대한 정의가 이전 기준이었다면 국내 벤처시장의 한계 등으로 발행어음 규모 자체를 줄어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규정이 A 이하 등급의 기업채나 대출로도 확대되고 중견기업까지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큰 제약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련 임원은 “내부 정책에 따라 회사별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 셈”이라며 “삼성증권이 고객 기반은 탄탄하게 구축돼 있지만 모험자본 투자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운용전략을 세운다면 수익률 경쟁력도 포기해야 하는 만큼 현 구도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