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공사 품질관리팀 윤현석 연구원(왼쪽)과 김남현 연구원이 제주삼다수 품질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물은 크게 경수와 연수로 구분되는데, 삼다수는 대표적인 연수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청량한 맛이 특징입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물로, 다양한 방법으로 마시더라도 특별히 거부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없죠. 특히 녹차처럼 향을 즐기는 음료의 경우 연수로 내리게 되면 더 잘 우러나고 맛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보유한 김남현 제주개발공사 품질관리팀 연구원은 제주삼다수의 특징으로 높은 활용성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제주삼다수 생산 과정에서 제품 맛과 냄새 등에 문제가 없는지 검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미묘한 이취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김 연구원은 “제품 품질관리 부서에서 제품 맛이나 냄새 등을 확인하는 관능검사를 맡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역량을 강화해 보자는 취지에서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게 됐다”면서 “자격을 취득한 뒤 실제 업무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제주삼다수를) 다른 물과 비교했을 때 예전에는 몰랐던 점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워터소믈리에’는 물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춘 ‘물 전문가’다. 환경부에서 허가를 받아 설립된 한국워터소믈리에협회에서 자격을 주관하며, 협회에서 이뤄지는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이론과 실무 등을 시험한다. 전반적인 법규에서부터 물에 대한 이론, 생수 pH와 경도를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거친다.제주개발공사에서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보유한 연구원은 김 연구원을 포함해 중 15명에 이른다. 대부분 연구원들은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자발적으로 취득했다.

김 연구원은 “자격 취득까지 보통 한달 가까이 걸리는데, 업무 특성 상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야 했다”면서 “자격 취득을 시도한 첫해엔 예닐곱명이 도전했었는데, 이후로 관심 가지는 연구원이 늘면서 현재는 생각보다 많은 연구원이 자격을 취득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주삼다수 생상 공정 순회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윤현석 제주개발공사 품질관리팀 연구원도 김 연구원과 같은 시기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생수가 일견 같아 보이지만, 생수마다 맛과 품질이 모두 다르다”면서 “워터소믈리에는 그런 차이를 구분해내고 물을 마시는 상황과 취향에 맞게 물을 추천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제주개발공사 '먹는물 수질연구소' 내 연구실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물맛은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물에 함유된 미네랄 농도로 정의되는 경도가 주로 영향을 미친다. 경도가 높을수록 맛이 강하고 무거운 반면 낮을수록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낸다. 통상 경도가 높은 물은 경수, 낮은 물은 연수로 분류된다. 수소 이온 농도(pH)에 따라서도 물맛이 달라진다. pH 농도가 높은 알칼리성은 쓴맛이 느껴지며 미끈거리는 특징이 있고, 약알칼리성은 단맛을, 산성은 신맛을 느낄 수 있다.

윤 연구원은 “해외 유명 생수들은 대개 경수인 경우가 많지만, 단순하게 경도가 높다고 해서 좋은 물인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마다 맛있다고 느끼는 물은 주관적인 요소인 만큼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깨끗하고 청량한 느낌을 더 선호해 연수인 제주삼다수를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맛’을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만큼, ‘맛있는 물’도 개인 입맛에 달려있다. 특히 지역별로 지질 구조에 따라 물의 경도나 pH가 달라지는데, 태어나면서 접한 물의 특성이 선호하는 물맛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 등에서 경수를 선호하는 것과 국내 소비자들이 연수를 선호하는 것은 지역적 특색에 따른 것일 뿐, 물의 우수성 차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주삼다수는 지난 1월 IT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8년 연속 3스타를 수상하며 국제 미각 전문가들로부터도 ‘물맛’을 인정받기도 했다.

윤 연구원은 “ITI 심사는 물의 첫인상, 비주얼, 향, 맛, 끝맛 등 5가지 항목으로 이뤄지는데, 제주삼다수는 모든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면서 “제주삼다수의 가장 큰 특징은 연수로서의 부드러운 질감과 깨끗한 맛인데, 이는 한라산 단일수원지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정화된 지하수를 원수로 사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좋은 물’에 대한 기준은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안전성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은 그런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제주삼다수는 현재까지 생산하며 단 한번의 품질 문제도 겪지 않았는데, 이를 위해 3시간에 한번씩 물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물’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워터 소믈리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제주개발공사는 한라산 단일 수원지라는 강점을 활용해 일관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비싼’ 생수가 아닌 대중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과 신뢰도를 제공하는 물로써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소비자에게 꾸준히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김 연구원은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것도 품질 관리에 대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였고, 이 밖에도 품질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국제 숙련도 평가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품질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지속해서 확인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