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이동욱, 정해인이 예능에 진출했다. 화려한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편안함을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방송 초반 화제성 효과는 사라진 현재,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며 배우들의 예능 진출 좋은 예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최근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이 ‘삼시세끼-산촌편’을 통해 편안한 매력을 보여줬다. 기존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벗어던지고, 치근한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이서진부터 차승원, 유해진부터 손호준, 유연석, 정우 등 나영석 PD는 배우들을 예능에 적극 활용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그림을 선사해 왔다.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일상적인 모습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이들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기 용이하다. 배우들 또한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편안한 관찰 예능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들의 매력을 방출하곤 했다.
다만 대부분의 사례들이 관찰 예능에 한정됐고, 주로 다수의 멤버들과 합을 이뤄 진행됐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론칭한 이동욱과 홀로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정해인의 도전은 그래서 새롭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예능에서 새로운 끼를 발산한 적은 없던 배우였다.
이동욱의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기대한 만큼 방송 초반부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특히 이동욱은 첫 회에 공유를 섭외, 게스트의 화려함으로 초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정해인 또한 10일 동안의 뉴욕 여행기를 자신의 방식대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방송 도중 부모님과 통화하는 내용이 담겼고, 정해인 아버지가 다음 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사진=KBS2 제공
그러나 초반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과 긍정적 반응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지나치게 정적인 분위기와 여행이 아닌, 정해인이라는 사람 자체에 집중이 돼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행 예능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청률 또한 2% 내외로 저조한 숫자를 기록 중이다. 청춘 배우의 도전에 대한 의미 외에는 프로그램 자체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아쉬운 결과들을 남긴 셈이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2회 게스트로 이세돌이 출연했지만, 모두가 아는 평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그치며 토크 프로그램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의 진행을 맡았던 이동욱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진행은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잔잔한 토크 외에 재미를 살릴만한 특유의 매력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만한 내공은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력자로 활약하는 장도연의 센스나 입담이 없었으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성공 사례와 이동욱, 정해인의 도전 사례를 비교해 보면, 화제성도 좋지만 재미 면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배우들의 예능 도전을 위해서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살릴 새로운 포맷이 필요해 보인다. ‘삼시세끼’ 시리즈나 ‘꽃보다 청춘’ 등 나 PD의 프로그램들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매력이 각인될 수 있는 맞춤형 포맷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었다. 단순히 화제성만으로는 긴 프로그램을 끌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