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주주환원 확대 및 보유자사주 소각 계획(자료=삼성화재)

삼성화재가 삼성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다른 상장사와 달리 삼성그룹의 자사주 소각은 의미가 남다르다. 금산법, 보험업법, 공정거래법 등 각종 규제를 피해 촘촘히 지배구조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지분율 하나가 달라지면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그룹의 밸류업 공시가 지배구조 변화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 발표에서 촉발된 지분구조 변동이 삼성그룹 전체로 확산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삼성화재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에 가깝다. 공시에는 보유 중인 자사주(15.93%)를 소각해 2028년까지 5.0%로 낮추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보유 지분이 14.98%에서 16.93%로 늘어나 15%를 초과하게 된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15% 초과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삼성생명은 후자를 택했다.

자회사 편입을 결정한 이상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실적의 지분법 적용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게 되면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삼성화재의 영업성과나 자산가치는 삼성생명의 재무제표에 반영이 가능하다.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해 2조7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처음으로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에도 2조원의 순익을 거둔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생명은 지분법(20%) 적용을 통해 삼성화재 이익 4000억원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조26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년 연속 ‘2조 클럽’에 들어선 상태다. 만일 올해 작년만큼 실적과 삼성화재 지분법 적용을 가정하면 순익은 2조6000억원 이상으로 껑충 뛴다. 이익이 늘어나면 주주환원 여력도 커진다.

삼성생명의 주요 주주는 삼성물산(19.34%)과 이재용(10.44%), 이부진(5.76%), 이서현(1.73%) 등 총수 일가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조 단위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총수 일가에게 배당 증가는 가뭄의 단비일 수 있다.

삼성화재로서도 나쁠 게 없는 선택지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밸류업 모범생이 될 수 있고, 지분법 적용 가능성에 따른 수급 개선, 주가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 14일 삼성그룹 관련주의 급등세가 연출됐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7.3%, 9.3%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도 4.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의 소규모 합병설에 노출돼 있는 삼성SDS 역시 3.0%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삼성화재의 밸류업 공시를 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 밸류업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분법 적용 전망에 일단 선을 긋는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으로 보유지분이 늘어나도 17% 미만인 점을 강조하고 있고, 삼성화재 역시 밸류업에 의미를 둘 뿐 거버넌스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편입 심사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거쳐야 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며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배력이 강화돼 경쟁 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부각될 경우 자칫 판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20% 지분 확보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