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연간 온라인 부문 거래액이 올해 처음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020년 2500억원 수준이었던 한섬 온라인 부문 거래액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패션업계 장기 불황 속에서도 한섬 온라인 부문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건립 등 ‘과감한 투자’와 타깃 고객별 세분화된 ‘전문몰 전략’과 2030 고객을 겨냥한 신규 온라인 편집숍 ‘EQL’의 조기 안착 등이 주효했다는 회사측 분석이다.

5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22년 선보인 ‘스마트허브 e비즈’가 한섬 온라인 부문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스마트허브 e비즈는 한섬이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선보인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로,연간 처리 물량(1100만건)은 기존 물류센터 대비 세배 이상 늘었고 의류 보관도 최대 92만벌 가능하다.

한섬 관계자는 “의류는 디자인, 색상, 사이즈 별로 제품이 세분화돼 있어 물류 효율화가 까다로운 분야지만 선제적으로 단행한 스마트허브 e비즈 투자를 통해 업계 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지속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허브 e비즈 가동으로 하루 처리 가능 물량이 늘고 보관 공간도 커지다 보니 주문량 증가에도 물류 효율은 오히려 개선됐다. 고객 주문부터 제품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 대비 절반 가까이로 줄었고 무인운반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오배송 건수 역시 80% 이상 감소했다. 빠른 배송과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은 고객 만족도 제고로 이어지며 구매전환율과 재구매율도 끌어 올렸다. 스마트허브 e비즈 가동 이후 구매전환율과 재구매율은 각각 20%, 30% 이상 증가했다.

타깃 고객에 맞춘 ‘전문몰 전략’도 한섬 온라인 부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섬은 타임·마인 등 자사 브랜드 전문몰 ‘더한섬닷컴’을 시작으로 해외패션 전문몰 ‘H패션’, 2030 고객 겨냥 모바일 편집숍 ‘EQL’ 등 세 개의 전문몰을 운영하고 있다. 각 채널은 독점 브랜드 운영은 물론 모바일앱의 UX·UI부터 캠페인 전개 방식, 모델 기용 등까지 타깃 고객을 겨냥해 맞춤형 특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픈마켓 형태가 주를 이루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한섬처럼 타깃 고객군별 맞춤 큐레이션 및 마케팅 전략을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다.

한섬 관계자는 “최근 패션 트렌드가 더욱 세분화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야를 깊게 파는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특색있는 큐레이션의 전문몰을 찾는 고객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타깃 고객별로 최적화된 전문몰 전략은 기존 고객 락인(Lock-in) 효과는 물론, 독점 콘텐츠를 기반으로 신규 고객 유입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편집숍 ‘EQL’의 조기 안착도 한섬 온라인 부문 성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2030 영고객을 타깃으로 론칭한 EQL은 2022년 더현대 서울, 2023년 성수동에 각각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성수동에 오픈한 ‘EQL GROVE’ 매장은 론칭 첫 달 방문객이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영고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QL 거래액은 론칭 이후 매년 두자리수 이상 신장세를 이어가며 5년째를 맞는 올해 거래액 1000억원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EQL의 빠른 성장은 상품 큐레이션부터 콘텐츠 기획, 공간 구성과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젠지 패셔니스타를 겨냥한 특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2030 신규 고객이 유입되며 한섬의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실제로 EQL의 구매 고객 중 80% 가량이 30대 이하로 구매 고객 평균 연령은 32세다. 충성 고객을 의미하는 재구매율도 업계 최고 수준인 60%에 달한다. 한섬은 최근 현대백화점 충청점에 EQL 신규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내 백화점 주요 점포에 추가 매장 오픈도 검토하고 있다. 한섬은 온라인 사업 전개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3일까지 성수동 EQL GROVE 매장에서 ‘더 코트 클럽’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다.

행사장에서는 타임, 마인, 시스템, 더캐시미어 등 한섬의 대표 브랜드들의 팝업 단독 코트 제품을 선보이고, 매장 방문 고객 전원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섬은 앞으로도 물류 서비스 고도화와 전문몰 전략 강화 등을 통해 온라인 부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첨단 물류 시스템 도입과 함께 각 온라인 채널 리뉴얼 및 운영 개편 등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도 검토하고 있다.

여유정 한섬 온라인담당 상무는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은 글로벌 패션 기업 진출 등으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자체 콘텐츠와 40여년 경력의 패션 전문 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