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팰월드 모바일'.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이 AI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AI 역량을 강화, '포스트 배그'가 될 새 IP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2조4069억원, 영업익 1조519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누적 영업익 1조원 돌파는 크래프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 호실적은 핵심 IP '배틀그라운드'의 성과 덕분이다. 3분기 PC 플랫폼 매출은 PC '배그'의 연이은 컬래버 콘텐츠가 호평을 받으며 매출 353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특히 모바일 부문에서는 인도에서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가 분기 매출 최대치를 연이어 갱신하는 모양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는 회사의 오랜 과제로 남아 있다. 어느 순간 IP 노후화는 다가올 수밖에 없고, 게임사는 신작을 꾸준히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크래프톤은 IP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으나, 이에 대한 성과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인조이'의 흥행은 다소 아쉬웠고, '어비스 오브 던전'은 IP 표절 비판 논란을 넘어서지 못한 채 개발이 중단됐다. 기대작 '서브노티카2' 역시 개발사 경영진과의 법적 분쟁으로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크래프톤이 지난달 대규모 AI 전환, 조직 개편을 골자로 하는 'AI 퍼스트' 전략을 선언한 이유다. AI를 중심으로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여야만 '포스트 배그'를 찾아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약 1000억 원을 들여 GPU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계산·추론이 필요한 ▲AI R&D ▲인게임 AI 서비스 등의 프로젝트를 지원, 에이전틱 A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직원들의 AI 툴 활용을 돕기 위한 약 300억원 규모의 예산도 편성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 2022년 딥러닝본부를 설립하며 AI 전환을 개시한 바 있다. 해당 본부는 이강욱 본부장을 중심으로 언어모델·음성합성·비전·강화학습 등 AI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선보인 결과물은 NPC를 인간처럼 고도화한 CPC(Co-Playable Character) 등으로, 이외에도 게임 분야에 특화된 AI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또 그간 쌓은 AI 역량을 기반으로 SK텔레콤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AI 퍼스트' 전략의 내재화를 위해 HR 제도와 조직 운영 체계도 개편한다. 관련 제도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기존 정책도 AI 중심으로 재정비한다. 실행 전략은 ▲ AI First 문화 정착 ▲ 업무 방식·조직 혁신 ▲ 새로운 도전·성장 기회 제공 등 세가지 축이다.

최근 발표한 신규 채용 중단,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 시행도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재 크래프톤은 AI 관련 인력을 제외한 신규 채용을 멈췄으며, 자발적 퇴사를 선택한 직원들에게 근속년수에 따라 추가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작 공백은 내년 '팰월드 모바일'이 메꿀 것으로 예상된다. '팰월드 모바일'은 오픈월드 생존·크래프팅 요소를 모바일에 최적화해 개발 중이며, 지난 '지스타 2025'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다만 원작 '팰월드'의 개발사 포켓페어가 닌텐도와 저작권 분쟁에 돌입한 만큼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독립 스튜디오의 신작들도 점차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현재 크래프톤은 펍지 스튜디오, 블루홀스튜디오, 라이징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드림모션, 언노운 월즈, 5민랩, 네온 자이언트,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 벡터 노스, 렐루게임즈, 플라이웨이게임즈, 탱고 게임웍스, 인조이스튜디오 등 14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펍지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익스트랙션 슈터 '블랙 버짓', 몬트리올 스튜디오가 준비하고 있는 '눈물을 마시는 새' 기반 오픈월드 게임, 언노운 월즈가 내년 선보일 예정인 '서브노티카2'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