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고환율 이슈가 부상 중인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대한 상품 규제 완화 가능성에 투자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규모가 급증한 것이 고환율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 스탠스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업계 역시 밖으로 유출되는 자금 유턴을 위한 상품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ETF 순자산은 286조원 규모를 기록 중이다. 연초(173조원) 대비 100조원 이상 불어난 순자산은 어느 새 3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상장 종목 수만 1048개. 이 중 60개 종목이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ETF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상품 다양성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고수익 상품이 규제로 인해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기 때문. 자본시장법상 단일 종목 2배와 3배 이상 레버리지 상품 상장이 금지돼 있다.
이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원하는 상품 투자를 위해 직접 미국 증시로 향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25일) 서학개미의 보관금액 상위 50종목 가운데 6종목이 국내서 허용되지 않는 3배·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 테슬라 하루 주가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들의 보관금액 합계는 110억1000만달러, 한화로 16조1000억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지수·종목 대상 레버리지 상품을 해외 증시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MSCI 코리아 25/5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스(KORU)'는 미국 증시에서만 투자 가능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경우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최근 고환율 문제를 두고 외환당국은 해외투자 규모 확대가 고환율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본다. 지난 21일 기재부와 한은, 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증권사들에게 오전 9시에 집중된 환전 수요를 분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업계 안팎에선 상품 다양성과 자금 유출 차단을 위해 국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 5000 도약을 위한 간담회'서 "신규 상장되는 ETF가 많아져야 자금 유입이 늘며 주식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도 미국처럼 3배 레버리지 ETF나 새로운 테마 등 다양한 상품 상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도 "국내 ETF 규제가 완화된다면 기존보다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며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며 "해외 증시로 유출되는 자금을 국내 증시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규제 완화 아닌 확대…"금융위도 고민 많아"
이러한 상황을 금융당국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국내 상품 규제 완화보다는 소비자 보호 차원의 교육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레버리지 투자에만 적용되던 사전교육 의무화를 다음달 15일부터 해외 레버리지 투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무교육 확대에 이어 세제 강화 가능성도 언급된다. 지난 26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 투자에 대해 주식 양도세 강화 등 세제상 패널티를 필요 시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 마련 등이 선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규제만 강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불만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상품 다양성, 외화유출을 고려한 규제완화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거시적인 정책 부분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금융위 역시 고민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