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DLF사태로 인해 강화된 은행의 고위험 상품판매 방침이 사실상 실효성은 지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전에 팔던 상품들을 상품판매 등급만 올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A씨는 이전에 가입했던 ELS상품이 조기 상환돼 다시 은행을 찾았다. 비슷한 상품으로 재가입하려고 했으나 투자위험등급이 상향되면서 기존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것으로 분석돼 고난도 상품에 대한 투자의향 동의서 등을 다시 확인하고 제대로 인지했다는 녹취도 진행했다. 녹취에 걸리는 시간만 7~8분, 서류는 열장이 넘었다. 그 시간동안 A씨는 ‘상품명’과 ‘네’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이전과 별다를 게 없는데 녹취나 서명 등 번거롭기만 하고 종이서류만 늘어난 것 같았다.
은행들의 투자상품 판매 강화 방침을 두고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화라는 명목 하에 서류나 가입절차 등이 복잡해지면서 번거롭기만 할 뿐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녹취 역시 단답형이라 고객이 모두 이해하고 대답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이전과 같은 형태의 상품이 위험등급만 높아져 고객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며 “해피콜이나 녹취방식 역시 그대로라 고객에게 ‘네’라고 대답하면 된다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환구조가 같은데 이런저런 서류가 강화된다고 해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며 “등급자체를 올렸으니 고객의 경각심은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이전과 같은 상품인데 방침이 바뀌면서 등급만 올랐을 뿐이라고 하면 고객도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상환조건이나 손실 여부 등 고객들이 제대로 알고 가입할 수 있도록 보다 쉬운 설명서와 고객이해 확인서, 해피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창구 직원 입장에선 고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손쉽게 업무를 처리하려고 팁을 줄 수는 있겠지만 보다 제대로 설명해 DLF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체적으로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제도를 점검하고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DLF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지도·점검이 강화되고 녹취가 의무화됐다. 또한 은행은 2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팔지 못한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기초자산이 대표국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되었으며, 손실배수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ELT)에 한해서만 은행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허용되는 기초자산 주가지수는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Eurostoxx)50,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니케이225 등 5개다. 또 ELT 판매량은 11월 잔액 이내로 유지토록 해 사실상 총량규제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