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및 근무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이 직원들에게 ‘100% 연차휴가 소진’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직원들에게 100% 연차휴가 소진을 강요하고 있어 직원들로부터 ‘직장 갑질’을 호소하는 불만과 함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씨티은행 CI
씨티은행은 지난달 말 은행장 직속부서인 경영혁신부에서 부점장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직원들에게 연중 휴가계획을 세우도록 독려하고 최대한 변경 없이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각 부서장들은 각종 부서 소규모 미팅이나 회의 및 메일 등을 통해 상기 은행의 지시 사항을 이행할 것을 독려하고, 특히 올해 휴가의 사용률의 목표가 100%임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임태준 정책홍보국장은 “최근 사측에서 부서장 및 영업점장 등을 통해 ‘전 직원에게 4월 중순까지 올해 연차휴가 100% 사용 등록’을 강하게 독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까지 하고 있는 시점에 휴가를 100% 등록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은행 측 휴가사용계획 독려 지시 메일 (자료=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이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전 국민의 국내외 이동이 제한되고 은행 내부적인 지침으로도 국내외 출장이 사실상 전면 금지돼 있고 심각한 코로나19 국면에서 휴가를 갈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휴가 사용을 조건으로 직원들이 이용하는 은행의 각종 프로그램과 휴양소 등의 제도도 전면 중단된 상태이”라며 “결국 목적 없이 본인의 유급휴가를 소진하면서 집에 그냥 있으라는 것인데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전 금융권이 야근까지 감내하면서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지원은 커녕 연차휴가계획 등록강요 등 휴가보상금을 아끼기 위한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 60조 5항에서는 ‘사용자는 관련법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기 지정권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행정해석을 통해 ‘연차 휴가의 사용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실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씨티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연간 휴가를 미리 계획하고 등록하게 한 것으로 최근 수년간 시행해온 정상적 절차라는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가 집중 사용에 따르는 대고객 서비스 차질을 예방하고 직원들의 원활한 휴가 사용을 위한 것”이라며 “연간 휴가를 미리 계획하고 등록하는 것도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