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에 나서는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본부장 모습, 사진=서울시 유튜브 갈무리)
"기존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석유라는 하나의 원자재에 묶여 있었지만, 크립토 달러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훨씬 빠르게 유통되며 전 세계를 휘감고 있습니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본부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진행된 '디지털금융 미래 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 아래의 미국이 달러 패권 강화와 재정적자 완화를 위해 디지털자산 초강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디지털금융 시장:산업계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아젠다로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비트코인 헤게모니 선점 ▲금융 혁신 & 중국 견제를 제시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아젠다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에, 미국이 '디지털자산 초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본부장은 디지털자산의 변화에 대해 "기존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술의 우수성과 상용화를 기대하며 개인 투자자 중심의 단순 거래에 그쳤다"며 "STO(자산토큰화)로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적 활용이 금융업에서 시작되며 ETF로 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 급성장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ETF로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시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를 들었다. 이 본부장은 "IBIT 종목 하나가 2년 만에 대한민국 ETF 시장 전체의 합보다 조금 못미치는 수준으로 늘었다"며 "월가가 STO를 금융을 송두리째 바꿀 변화로 평가하며 리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다가올 금융의 미래로 기초자산의 변화와 핵심 인프라 교체를 꼽았다. 그는 "기존의 4가지 전통자산(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에 디지털자산이 추가되며 수료수 경쟁이 심화되던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며 "ETF를 중심으로 기존 자산과 조합한 다양한 자산이 만들어질 것"으로 봤다.
인프라의 경우 기존 인터넷에서 블록체인으로 핵심 인프라가 바뀌며 자산 토큰화 현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레이턴시(지연시간)이 제로에 수렴하며 현금이 이동하는 순간 바로 거래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서울시 유튜브 갈무리)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국내 디지털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들이 여러 측면에서 제안됐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2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결과는 미미했다"며 새로운 금융 영역인 가상자산을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의 '후견주의적 사전규제' 기조가 관련법 입법을 지연시키는 등 산업 육성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타파할 것을 주장했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의 CBDC(디지털화폐)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 추진 당시 관련 인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고백하며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의 부재로 자본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들도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상자산 법인 투자를 허용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실물자산 토큰화로 금융 포용성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의 익명화, 탈중앙화가 탈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경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온체인 범죄에 이용되는 가상자산 규모가 확대중"이라며 "트래블룰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기에 금융실명제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는 만큼, KYC(고객확인), AML(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해 당사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패널토론중 발언하는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오른쪽 3번째), 사진=문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