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가대표 유도선수이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왕기춘(31)씨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성범죄 수법은 그루밍이었다.
21일 대구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양선순)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미성년자 제자 2명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 시도한 혐의(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왕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사진=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왕기춘은 2017년 2월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의 제자인 A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2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양(16)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지난해 8월부터 2월까지 자신의 집과 차량에서 B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왕기춘이 전형적인 그루밍 수법을 사용해 성폭행하거나 성폭행 미수에 그쳤다고 보고 있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가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피해 당사자들은 가해자가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점이나 상황 등을 떠올리며 자신이 성범죄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조영채 변호사는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그루밍 수법에 의한 정신지배를 당할 우려가 높다"고도 지적했다.
또 "아동이나 미성년을 상대로 한 그루밍 수법에 의한 성범죄는 그 죄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어 아주 중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N번방 가해자들의 경우도 전형적인 그루밍 수법을 이용했다.
이들은 여자 아이 등을 대상으로 소액의 대가를 지불해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했다. 이들의 수법은 피해자에게 신체 사진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돈과 선물을 대가성으로 제시한다. 여기에서 대가를 준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캐내기 시작하면서 피해자의 얼굴이며 집주소 등이 노출된다. 이후 개인 정보와 신체 사진이라는 약점을 쥔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으로 왕기춘은 지난 12일 대한유도회에서 영구제명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과 2007년·20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으로 받는 체육연금(월 100만원)도 반납 및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메달리스트에 빛나던 전직 국가대표 선수가 N번방 성범죄자와 같은 위치로 전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