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이렌/한국정경신문DB [한국정경신문 뷰어스=박정선 기자] “이소라 씨, 머리는 밀어도 9집은 미루지 마세요” 온몸을 감싸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유난히도 강했다. 저녁노을이 지면서 더위가 한풀 꺾일 거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후덥지근한 공기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18일, 이화여대 삼성홀에는 짜증지수가 높아진 채 들어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온라인커뮤니티 DC 이소라갤러리에서 보낸 화환에 적힌 문구가 팬들의 공감과 폭소를 자아낸 것이다. 이소라의 9집 앨범에 대한 기대를 품은 관객들은 어느새 어둠이 가득 찬 공연장에서 숨을 죽이고 막이 열리길 기다렸다. 드디어 오후 8시, 막이 열림과 동시에 음악이 시작됐다. 역시나 첫 인사는 없었다. 오프닝 곡으로는 ‘세이렌’과 ‘블루 스카이’(Blue Sky)가 울려퍼졌다. 이소라의 ‘여섯 번째 봄’은 매년 봄에 열리는 이소라의 소극장 공연 브랜드로 올해는 5월 18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개최된다. 700여 석이 마련된 이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 이소라의 숨소리가 관객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 때 아닌 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도 무대 위의 서늘한 기운이 전달된 것도 소극장 콘서트의 매력이 아닐까. 이날의 날씨를 의식이라도 한 듯 비가 내리는 듯 무대 전면에 실 커튼이 놓여있었고, 은근하게 비치는 초승달이 유난히도 스산하다. “오늘 날씨가 덥다고 해서 스산하게 시작을 해봤어요. 앨범도 준비를 하는 중이라 새 노래가 나온 것도 아니라 걱정이 많았어요. 노래를 안 한지도, 사람들을 안 만나지도 오래 됐어요. 제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닌데, 기간이 너무 늘어난다는 게 제 문제에요. 이 소극장 콘서트도 사실을 매년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던 건데…. 몇 번을 빼 먹었네요. 이제부터 ‘봄’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진=세이렌 공연이 시작되고 이소라는 ‘봄’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믿음’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처음 느낌 그대로’ 등 1집 때부터 불러 온 발라드, 사랑노래들을 연달아 불렀다. 이소라가 직접 쓴 가사들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고개를 숙인 채 노래에 집중하는 이소라, 그리고 그 모습에 흐느끼는 관객들이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게 바로 이소라 공연의 묘미다. 가수의 숨소리 하나도 노래가 되어 관객들에게 내리꽂힌다. “‘봄’이라는 제목이 계속되니까 지루해서 바꿔보려고 했어요. ‘그녀 풍의 봄’이라고 해서 봄을 조금 더 애잔하게 공연장에서 이 시간을 같이 보내자는 의미를 뒀어요. 사실 다른 때랑 별 다를 바 없는 것 같긴 해요. 노래 끝나고 은근슬쩍 시작되는 그 박수, 그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봄’도 그랬지만 이번에 제목을 바꾼 ‘그녀 풍의 봄’은 더 애잔했다. ‘Amen’ ‘제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바람이 분다’ 등이 이어졌다. 이 노래는 관객들의 떠나간 사랑을, 그 옛 생각을 끄집어 낼 정도로 절절했다. 이소라는 첫 공연의 긴장과 부담 탓에 목상태가 꽤 좋지 않다고 했지만, 그녀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오히려 관객들의 가슴을 더 후벼 팠다. 이날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정준일의 무대도 압권이었다. 무대에 오른 정준일의 눈시울도 이미 붉어져 있었다. 이소라의 후배이자 팬임을 자처한 정준일은 무심한 듯 농을 던지면서 “이 곳이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연신 말하는 이소라를 웃게 했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론 정준일도 빼어난 아티스트지만, 시원한 질문들을 내던지면서 팬들의 대변자 입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소라와의 대화를 끝내고 정준일은 이소라의 ‘생일축하해요’와 자신의 히트곡인 ‘안아줘’를 통해 짧지만 완벽한 무대를 꾸며냈다. 이소라의 실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담은 ‘별’ ‘듄’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호소했다. 이밖에도 이소라는 김광석의 ‘잊혀지는 것’을 비롯해 ‘운 듯’ ‘나 Focus’ ‘Track 11’로 무대를 꾸몄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묘미는 곡에 따라 달라지는 심플하면서도 세심한 무대연출이었다. 스산한 분위기의 실 커튼부터 전구 조명의 위치와 색깔이 곡의 분위기에 맞춰 변하고, 별 막, 사각 프레임 등 이소라의 공연만을 위한 특별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관객들의 옛 추억을 끄집어내게 한 이소라는 마지막으로 앙코르곡 ‘난 별’까지 선보이며 2시간30여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기도하듯 가사를 읊조리는 이소라, 그리고 팬들은 “머리를 밀어도 9집은 미루지 말라”는 바람이 곧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콘서트;장(場)] 이소라의 숨소리도 음악이 되는 곳

이소라, 4년 만에 소극장 콘서트..내달 12일까지 개최

박정선 기자 승인 2016.05.23 14:29 | 최종 수정 2132.10.13 00:00 의견 0
사진=세이렌/한국정경신문DB

[한국정경신문 뷰어스=박정선 기자] “이소라 씨, 머리는 밀어도 9집은 미루지 마세요”

온몸을 감싸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유난히도 강했다. 저녁노을이 지면서 더위가 한풀 꺾일 거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후덥지근한 공기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18일, 이화여대 삼성홀에는 짜증지수가 높아진 채 들어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온라인커뮤니티 DC 이소라갤러리에서 보낸 화환에 적힌 문구가 팬들의 공감과 폭소를 자아낸 것이다.

이소라의 9집 앨범에 대한 기대를 품은 관객들은 어느새 어둠이 가득 찬 공연장에서 숨을 죽이고 막이 열리길 기다렸다. 드디어 오후 8시, 막이 열림과 동시에 음악이 시작됐다. 역시나 첫 인사는 없었다. 오프닝 곡으로는 ‘세이렌’과 ‘블루 스카이’(Blue Sky)가 울려퍼졌다.

이소라의 ‘여섯 번째 봄’은 매년 봄에 열리는 이소라의 소극장 공연 브랜드로 올해는 5월 18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개최된다. 700여 석이 마련된 이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 이소라의 숨소리가 관객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 때 아닌 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도 무대 위의 서늘한 기운이 전달된 것도 소극장 콘서트의 매력이 아닐까. 이날의 날씨를 의식이라도 한 듯 비가 내리는 듯 무대 전면에 실 커튼이 놓여있었고, 은근하게 비치는 초승달이 유난히도 스산하다.

“오늘 날씨가 덥다고 해서 스산하게 시작을 해봤어요. 앨범도 준비를 하는 중이라 새 노래가 나온 것도 아니라 걱정이 많았어요. 노래를 안 한지도, 사람들을 안 만나지도 오래 됐어요. 제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닌데, 기간이 너무 늘어난다는 게 제 문제에요. 이 소극장 콘서트도 사실을 매년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던 건데…. 몇 번을 빼 먹었네요. 이제부터 ‘봄’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진=세이렌

공연이 시작되고 이소라는 ‘봄’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믿음’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처음 느낌 그대로’ 등 1집 때부터 불러 온 발라드, 사랑노래들을 연달아 불렀다. 이소라가 직접 쓴 가사들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고개를 숙인 채 노래에 집중하는 이소라, 그리고 그 모습에 흐느끼는 관객들이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게 바로 이소라 공연의 묘미다. 가수의 숨소리 하나도 노래가 되어 관객들에게 내리꽂힌다.

“‘봄’이라는 제목이 계속되니까 지루해서 바꿔보려고 했어요. ‘그녀 풍의 봄’이라고 해서 봄을 조금 더 애잔하게 공연장에서 이 시간을 같이 보내자는 의미를 뒀어요. 사실 다른 때랑 별 다를 바 없는 것 같긴 해요. 노래 끝나고 은근슬쩍 시작되는 그 박수, 그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봄’도 그랬지만 이번에 제목을 바꾼 ‘그녀 풍의 봄’은 더 애잔했다. ‘Amen’ ‘제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바람이 분다’ 등이 이어졌다. 이 노래는 관객들의 떠나간 사랑을, 그 옛 생각을 끄집어 낼 정도로 절절했다. 이소라는 첫 공연의 긴장과 부담 탓에 목상태가 꽤 좋지 않다고 했지만, 그녀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오히려 관객들의 가슴을 더 후벼 팠다.

이날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정준일의 무대도 압권이었다. 무대에 오른 정준일의 눈시울도 이미 붉어져 있었다. 이소라의 후배이자 팬임을 자처한 정준일은 무심한 듯 농을 던지면서 “이 곳이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연신 말하는 이소라를 웃게 했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론 정준일도 빼어난 아티스트지만, 시원한 질문들을 내던지면서 팬들의 대변자 입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소라와의 대화를 끝내고 정준일은 이소라의 ‘생일축하해요’와 자신의 히트곡인 ‘안아줘’를 통해 짧지만 완벽한 무대를 꾸며냈다.

이소라의 실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담은 ‘별’ ‘듄’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호소했다. 이밖에도 이소라는 김광석의 ‘잊혀지는 것’을 비롯해 ‘운 듯’ ‘나 Focus’ ‘Track 11’로 무대를 꾸몄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묘미는 곡에 따라 달라지는 심플하면서도 세심한 무대연출이었다. 스산한 분위기의 실 커튼부터 전구 조명의 위치와 색깔이 곡의 분위기에 맞춰 변하고, 별 막, 사각 프레임 등 이소라의 공연만을 위한 특별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관객들의 옛 추억을 끄집어내게 한 이소라는 마지막으로 앙코르곡 ‘난 별’까지 선보이며 2시간30여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기도하듯 가사를 읊조리는 이소라, 그리고 팬들은 “머리를 밀어도 9집은 미루지 말라”는 바람이 곧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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