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 뷰어스=김재범 기자] 1984년 첫 코믹북이 출간됐다. 그리고 33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수 없이 많은 버전으로 등장했다. 2014년 리부트된 ‘닌자터틀’은 그렇게 전례가 없는 ‘히어로 무비 월드’의 분명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 사실을 증명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는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 그들의 존재감은 여전히 ‘코와붕가’(자! 간다!!!, 혹은 ‘출동이다’ 정도의 속어)다.
이번 시리즈 역시 네 마리의 거북이들은 유쾌하고 명랑했다. 사춘기를 벗어나 성인 대열에 들어선 ‘거북이 4총사’는 티격태격하고 덜거덕 거리는 다툼이 있을지언정 강력하고 담대하고 더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지난 1편에 이어 악당은 역시 ‘영원한 숙적-슈레더’였다. 하지만 슈레더(브라이언 티)와의 재대결은 뭔가 심심하다. 이번 시리즈에선 원작 팬들이 꼽는 악당 끝판왕이 등장한다. 기괴한 외모의 외계 악당 ‘크랭’이다. 여기에 슈레더의 수하이자 돌연변이 악당 듀오 ‘락스테디’ ‘비밥’도 출연한다. 홍일점 에이프릴(메건 폭스)의 단짝이자 뉴욕 밤거리를 수호하는 하키 마스크의 ‘원톱 자경단’ 케이시 존스(스티븐 아멜)도 합류했다. 원작 ‘닌자터틀’ 마니아들에겐 ‘더 할 나위 없는’ 종합선물세트다.
스토리는 1편 이후 얘기다. 지구 정복의 야심을 품었지만 ‘거북이 4총사’에게 제압된 뒤 감옥에 갇힌 슈레더는 광기 어린 천재 과학자 스톡먼을 포섭해 탈출을 계획한다. 여기에 슈레더의 조직 ‘풋클랜’도 다시 가동된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4총사는 슈레더의 탈출을 막아내던 중 전투를 벌이고 그 가운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공간이동을 통해 슈레더가 사라진 것이다. 슈레더는 이미 외계 생명체인 ‘크랭’과 결탁한 상태였다. ‘크랭’은 슈레더를 이용해 외계 전쟁 기계 ‘테크노드롬’으로 지구 정복의 야심을 품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은 에이프릴과 ‘거북이 4총사’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이제 남은 것은 4총사와 에이프릴이 벌이게 될 또 한 번의 활약이다.
‘닌자터틀’은 마블과 DC가 선보여 온 기존 코믹스 세계관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지점을 달리고 있다. 마블과 DC가 다소 복잡다단한 거대 스토리와 캐릭터간 유기적 관계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닌자터틀’은 10대 취향의 화려하고 간결한 라인을 구축한다. 공격과 수비가 완벽하게 분리된 한 판의 게임이다. 때문에 시리즈 연속성이 걸려 있는 코믹북 특성을 따진다고 해도 ‘닌자터틀’ 시리즈를 처음 접한 관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다. 사실 마블과 DC의 거대 세계관과는 좀 다른 간단명료함이 ‘닌자터틀’의 특별한 매력이다.
무엇보다 진짜 매력은 돌연변이 거북이가 도시를 지키는 어둠의 히어로란 특이한 콘셉트일 것이다. 철갑옷과 망치 방패 혹은 망토를 두른 영웅주의에 빠진 국내 히어로 무비 마니아들에게 ‘닌자터틀’ 분명 생소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다른 히어로 무비와 대항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상상력’이다.
‘닌자터틀’은 기존 히어로 캐릭터와 대비되는 분명한 지점이 있다. 마블과 DC가 만들어 놓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까지 치고 들어온 히어로 장르 재미를 되돌리는 동력이 그 지점이다. 쉽게 말해 영화란 매체 안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재미에 집중하고 있단 사실이다.
그저 즐기고 또 즐기면 그만인 영화란 점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사실 단순한 재미로만 따지면 기존 히어로 무비의 충분한 대체재로서 역할도 가능할 듯싶다. 물론 애니메이션 ‘거북이 4총사’의 기억을 떠올리던 올드팬이라면 조금은 실망할 듯도 하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거북이들의 모습은 ‘닌자터틀’의 맛을 떨어트리는 순전히 개인적 취향의 ‘옥의 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자터틀’은 언제나 유쾌하고 또 유쾌하다. 가벼울지언정 112분을 보고 즐기기에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는 완벽하게 ‘코와붕가’다. 개봉은 오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