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두루두루amc)
[한국정경신문 뷰어스=박정선 기자] 장기하와 얼굴들이 정규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왔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신보 발매 기념 음감회에서 ‘초심’을 강조했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그간 노골적인 사랑 노래와는 거리가 있었던 밴드다. 그런데 이 주제를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말이 어쩐지 아이러니하게 들렸다.
이날 음감회를 통해 공개된 수록곡 10곡을 들어보면 그 의문은 쉽게 풀린다. 분명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주제와 앨범 전체의 색깔은 별개의 것이었다. 가사는 사랑을 노래하면서 음악적인 부분, 분위기는 분명 그들의 1집과 닮아 있다.
일반적인 대중가요의 사랑노래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색깔이 흔한 사랑 이야기를 특색 있게 만들어 낸 것이다. 장기하는 “우리의 스타일로 오글거리지 않게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유와의 공개열애를 의식했는지 “가사는 다 픽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히 연애를 하고 있으니 실생활에서 느끼는 점들과 무관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내 경험담을 담기보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연애 장면을 쓰기 위한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갑자기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심을 꾀한 이유는 뭘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점점 과잉되는 자신들의 음악을 비울 때가 되었다는 판단에서부터 시작됐다. 장기하는 “1집 때보다 편성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 전에 하고 싶었던 정통적인 록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소리가 꽉 찬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소리를 채우고 강하게 하려다 보니 과잉이 되더라. 1집을 여백이 많아서 가사가 훨씬 잘 들린다. 한 번 비울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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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이자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하세가와 요헤이는 “한 가지를 잘 보이게 하려면 여러 가지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을 두껍지 않게 최소한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1집 느낌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1집의 음악과 똑같은 건 아니다. 2, 3집에 비해 화려함을 덜고, 그만큼 그 안에 들어 있는 음악적인 재료들을 더욱 또렷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은 산울림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산울림과 초기 비틀즈를 떠올렸다던 장기하였다. 이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멤버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특히 5번 트랙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초기 비틀즈를 오마주했고 10번 트랙인 ‘오늘 같은 날’은 산울림을 떠올리면서 썼다.
장기하는 산울림에 대해 “한국말 가사를 가장 한국말답게 쓴 뮤지션이다. 사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발음해서 녹음하는 건 1960~80년대까지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대적 분위기가 그랬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방법으로 노래를 만든 뮤지션은 산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심을 그린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ㅋ’을 비롯해 ‘내사노사’ ‘괜찮아요’ ‘그러게 왜 그랬어’ ‘가장 아름다운 노래’ ‘가나다’ ‘빠지기는 빠지더라’ ‘쌀밥’ ‘살결’ ‘오늘 같은 날’ 등 총 10곡이 담겼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재미있는 음악”을 목표로 한다던 장기하다. 그 동안의 앨범이 그랬듯 이번 앨범 역시 듣는 이들의 귀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고 즐겁다.